[새영화 산책] '불 워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레드」, 「벅스」등으로 이미 미국 영화계에서 일가를 이룬 워렌 비티가 각본·감독·주연한 영화 「불워스」는 정치인들의 위선과 거듭된 거짓말에 신물이 난 우리 관객들에게도 강한 어필을 하고 있다.어느정도 정치적 기반과 명성을 얻고 있던 상원의원 불워스(워렌 비티)는 비자금 모금에만 열중인 정치판, 언제나 다른 남자를 찾아 다니면서도 언론 앞에서는 현모양처인양 하는 아내, 아버지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이제는 연락조차 끊어진 외동딸, 이 모든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그러던 중 불워스는 딸을 수혜자로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살인청부업자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불워스는 죽기로 각오하면서 갑자기 용기가 생겨 유세장 마다 정치판에 대한 폭언을 퍼부어대며 진실을 이야기한다. 흑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랩 송을 부르며 권위를 비웃던 그는 어느새 자신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항상 옆에 붙어다니던 흑인 미녀 나나(할 밸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자 새 희망을 갖게되지만, 자신이 고용한 청부업자에게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떠는 신세가 되는데…. 최근 워렌 비티는 2000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터라, 진보적인 정치강령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정치판을 흔들어놓는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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