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마사회 경내에 친일 행적을 지닌 인사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며 시민단체 등이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3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마사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 마사회 본관 앞에 고(故) 김동하(1920~1993) 전(前) 한국마사회 회장의 청동 흉상(사진)이 설치돼 있다. 연구소는 지난 28일 마사회에 “만주국군 대위 출신인 김 전 회장을 기념하는 흉상이 경내에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며 공문을 보내 철거를 공식 요청했다. 연구소는 공문에서 “역사학계의 연구ㆍ조사를 통해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의 흉상이 여전히 공공기관에 있다는 것은 역사 정의에 배치되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연구소가 발간한 ‘친일 인명사전’은 김 전 회장이 신경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0년대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해 일제 패망 당시 대위로 복무했으며 5ㆍ16 군사쿠데타에도 가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1946년 해군 소위로 임관해 6.25 전쟁 당시 ‘펀치볼’ 전투에서 전과를 세운 그는 소장으로 예편한 뒤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과 재경위원장, 외교국방위원장 등을 지내고 1970년대 마사회장으로 재직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만주국은 일제가 세운 괴뢰국으로 자발적으로만 장교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친일인명사전 등재 이유를 설명했다. 마사회는 1996년 김 전 회장이 경마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높이(좌대 제외) 80cm 가량의 해당 동상을 건립했다. 이달 중순에는 ‘광복회원 중앙협의회’ 소속 독립유공자 후손 30여명이 마사회를 찾아 흉상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참여했던 독립유공자 후손 정모씨는 “마사회는 수십만명이 찾는 곳인데 흉상을 보는 직원들이나 국민이 (김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을 모를 것 아니냐”며 “공기업에서 이런 것을 장기간 방치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사회는 친일인사 논란이 제기되자 철거 여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마사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등 마사회 발전을 위해 공헌한 업적을 기리는 차원에서 설치한 것”이라며 “철거를 검토 중이다.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