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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그릇모양 디자인 독일 BMW박물관 '5시리즈' 역대모델 수직 진열 눈길
벤츠는 세계 첫 차 '…모터바겐' 전시
포드, 대통령 차량 등 역사 보여줘
● 국내
브랜드 체험관 현대모터스튜디오 '제네시스' 창가에 걸어놓아 이색
개인 운영 '세계 자동차 제주박물관'선 다양한 클래식카 등 볼거리 가득
"자동차는 그저 이동수단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이 회사의 철학과 역사성을 강조하며 늘 하는 말이다. 한국도 자동차 문화가 성숙하면서 어느덧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얘기가 됐다.
하지만 왜 자동차가 문화인지를 확실히 알려면 각 브랜드가 조성해 둔 문화공간을 직접 둘러 보는 게 좋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본사와 문화공간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이번주 자동차면은 세계의 유명 자동차 문화공간과 함께 현대자동차가 최근 서울 강남에 오픈한 '현대모터스튜디오' 등 국내 자동차 문화시설을 소개한다.
먼저 독일. 역사가 긴 브랜드일수록 볼거리도 많다. 독일 브랜드는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공간도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
뮌헨에는 '4기통 빌딩'으로 잘 알려진 BMW 본사와 공장, 박물관으로 구성된 'BMW 벨트(Weltㆍ세계)' 단지가 있다. 한 마디로 BMW의 심장이다.
이 중에서도 커다란 그릇 형상으로 디자인된 BMW 박물관은 도로처럼 만들어진 동선을 따라 관람하도록 돼 있다. BMW의 90년 역사를 보여주는 올드카들과 최신형 로드스터, 아트카, 미래형 수소차 등 총 120대가 전시돼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러 '5시리즈'의 역대 모델들이 수직으로 전시돼 있는가 하면 높이 5m 이상은 돼 보이는 한쪽 벽면에는 BMW모토라드의 역대 주요 모터사이클이 나란히 걸려 있다. 20세기 초중반의 BMW 올드카들은 잘 모르고 봐도 눈이 즐겁다. 바로 옆의 BMW 벨트에는 미니(MINI)와 롤스로이스 브랜드의 전시관과 뮤지엄샵 등이 마련돼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48m 높이의 유리 자동차 타워(카 타워)에서는 주문한 차량을 직접 인도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계절별로 열리는 댄스 페스티벌, 재즈 콘서트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물론 자동차 문화 공간인만큼 폭스바겐그룹의 자동차를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르쉐, 부가티, 벤틀리 등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차량이 전시돼 있다. 아우토슈타트 한켠에는 '티구안' 등 4륜구동 차량을 시승해볼 수 있는 오프로드 트랙과 어린이들을 위한 운전교육 코스도 마련돼 있다.
자동차공업의 도시 슈투트가르트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이 있다. 여기선 그 유명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1886년)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는 칼 벤츠가 만든 페이턴트 모터바겐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S클래스까지, 1만6,500㎡의 면적에 총 160대의 자동차와 1,500점 이상의 전시품이 준비돼 있다. DNA의 이중 나선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박물관 건물 자체도 대단한 볼거리다. 이밖에 5가지 테마로 구성된 '컬렉션 룸'에선 교황이 즐겨 탔던 차량, 유명인의 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소방차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모터스포츠 120주년을 맞이해 관련 전시품에 더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었던 미시간의 디트로이트와 주변 자동차 도시도 빼놓을 수 없다. 디트로이트 인근 디어본에 있는 포드 박물관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를 보여주는 수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컬렉션은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직접 모은 것들이다. 1960년대 미국의 머슬카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의전용 차량을 비롯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 같이 역사성을 지닌 전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일본 도요타 역시 나고야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 브랜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역사적인 차량을 한 자리에 모았다. 특히 자동차의 보급에 따른 생활과 문화의 변화상,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차량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1만1,000권의 자동차 서적을 갖춘 도서 열람실도 있다.
국내에는 아직 특정 자동차 브랜드의 박물관은 없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최초의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서울 신사동에 열었다. 총 3,102㎡ 규모의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차를 테마로 한 예술작품과 자동차 관련 책 2,500권을 갖추고 있다. 3~5층 창가에 매달아 놓은 9대의 '제네시스'도 볼거리다. '에쿠스 by 에르메스'나 'i20 WRC 경주차' 등 모터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차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문화, 예술, 생활 등 다양한 접점을 통해 소비자들이 좀더 자연스럽게 현대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는 아시아 최초의 개인 자동차 박물관인 '세계자동차 제주박물관'이 있다. 세계 최초의 슈퍼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1954년)'이 걸윙 도어를 활짝 연 채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클래식카와 시대별 명차, 경비행기 3대까지 알찬 전시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