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이식' 시대 다가온다

'얼굴 이식' 시대 다가온다 손 이식 성공따라 실현 가능성 커져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보면 악당 두목이 자신을 잡으려는 형사를 납치, 서로의 얼굴을 바꾼다. 영화 제목 그대로 얼굴 피부를 벗겨낸 후 서로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악당은 형사가 되고 형사는 악당이 된다. 두 사람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이식 받은 얼굴의 주인(?)으로서 삶을 살게 된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던 애기가 머잖아 실현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그 첫 단계로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 1월호에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하는 수술의 성공 사례가 보고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퓰러 사이언스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인 클린트 할렘(48세)과 미국인 매튜 스콧(37세)은 각각 지난 98년 9월 23일과 99년 1월 25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이식 받았다. 이식 후 이들은 집게에 불과하던 인공 보철 손을 벗어버리고 손끝의 감각까지도 느낄 수 있는 '사람 손'을 갖게 된 것이다. 매튜 스콧의 수술을 집도한 루이스빌 대학 손(手) 성형 연구팀장 존 바커 박사는 "수술 후 스콧은 악력도 점차 증가했고 움직임도 많이 개선됐으며 점차 상태가 호전중이다"고 밝히면서 "무엇보다 스콧이 정신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삶의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커박사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확언할 수 없다"며 그 이유로 자기 것이 아닌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우리 몸 면역체계 거부반응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모든 장기이식은 면역 거부반응을 동반하지만 특히 피부의 거부반응이 가장 심하다. 이런 거부반응 억제를 위해 스콧은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때문에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성형재건의 수잔 맥키논 교수는 "일부 사람들이 이제 손 이식을 할 시기라고 하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고 우려하면서 "자신이라면 손 하나 때문에 절대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신체 이식 수술은 심장ㆍ신장ㆍ간 등 생명과 직접 연관된 장기분야에서 행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삶의 질과 관련된 손ㆍ무릎ㆍ귀ㆍ얼굴 등의 이식 수술에 대한 연구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바커 박사는 삶의 질과 관련된 이식에서 관심의 초점이자 최종 목표가 되는 것은 얼굴 이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얼굴 이식이 성공하게 되면 성형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나 턱 암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영신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