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사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사진)가 27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음악계의 전면에 부상한 이래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계보를 잇는 적자(適子)라는 평가 속에 음악계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강력한 힘과 날렵함, 폭발할 듯한 열정과 냉철함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미덕을 두루 겸비한 그는 내한 공연도 여러 차례 펼쳐 국내에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을 들고 온 2002년 첫 내한부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곡 전곡을 쳐낸 2003년,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3곡을 내리 들려준 2005년, 러시안 협주곡 3곡으로 꾸민 2007년, 쇼팽, 라흐마니노프, 브람스의 2번 협주곡으로 꾸민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올 때마다 범상치 않은 프로그램을 선보여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열린 '2번 협주곡의 밤'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할 당시 그의 엄청난 괴력 때문에 예술의전당의 피아노 줄이 맥없이 끊긴 것은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일화다. 당시 공연을 통해 '힘센 러시아인(Mighty Russian)'이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님을 입증한 그는 이번에는 고도의 테크닉과 섬세한 감수성이 요구되는 독주곡으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베네치아와 나폴리', 'B단조 소나타' 등 리스트의 작품 두 곡과 함께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쇼팽의 '바르카롤', '스케르초 3번', '폴로네즈 판타지'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02)541-3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