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하반기 주도주 교체에 대한 찬반 논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달 들어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경기 모멘텀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의 IT주 매도공세가 관련주의 주가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는 “선진시장 수요 둔화로 인한 주가 모멘텀 약화 때문에 주도주가 화학, 철강, 기계업종 등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주가 조정을 예상보다 일찍 받은 데다가 업황 호황주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도주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8월 들어 IT주 빠르게 위축=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업종지수는 4.7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이 0.74%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전기ㆍ전자업종의 수익률이 주식시장 평균보다 좋지 않았던 셈이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3.58%, 3.78% 하락했고 삼성전기가 5.86%, LG이노텍이 10%나 하락했다. 또 대덕전자가 13.04%나 내린 것을 비롯해 일진디스플레이(-11.68%), 한솔LCD(11.0%), 광명전기(-8.07%), 일진전기(-6.54%), 선도전기(-5.08%), 대원전선(-4.24%), LS산전(-2.27%), 아남전자(-2.22%) 등이 모두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았다.
이 기간 IT업종의 주가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로 분석됐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무려 8,11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203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IT주를 제외한 업종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6,000억원 어치 가량을 순매수한 셈이다.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유독 IT주만을 파는 이유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반기에 비중을 확대했던 IT주의 차익을 실현하며 투자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증권사들은 올 3ㆍ4분기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S산전 등 상당수 IT기업의 영업이익이 2ㆍ4분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와 LG이노텍의 경우엔 3ㆍ4분기 순이익이 2분기보다 각각 54.44%, 39.11%나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반기 주도주 교체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증시전문가들은 하반기 IT업황이 상반기에 비해 한풀 꺾일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반기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IT주가 주도주 지위를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하반기에 IT주의 주가를 다시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큰 소재(화학, 철강 등), 산업재(기계 등) 등의 섹터로 시장주도주 지위가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국내 IT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선진국들의 경기가 올해 안으론 회복되기 힘들다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IT업황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3ㆍ4분기말에서 4ㆍ4분기 말까지는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IT기업들의 주가가 코스피수익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소재, 산업재 관련주들이 주도주 지위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경기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가 4ㆍ4분기부터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장주도주 지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IT주가 예상보다 주가 조정을 빨리 받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조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4ㆍ4분기 초중반에 IT업황이 다시 좋아지고 3ㆍ4분기 내로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모멘텀이 약화될 수록 1등 기업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된다”며 “국내 IT기업들에겐 선진국 시장보다도 중국시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모멘텀이 살아있는 한 IT주의 주도주 지위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