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대와 개방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어떤 방식으로 FTA 협상을 유리하게 할 것인가를 논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
기계산업계의 입장에서는 한미 FTA 체결이 산업구조 고도화와 첨단기술 유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계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계산업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우선 미국시장의 무역 창출 효과이다.
수출확대·구조 고도화 계기로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경우 미국 기계시장의 수출 규모가 지난 95년의 36억달러에서 2005년 142억달러로 10년 새 두 배의 무역 창출 효과를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까지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24.4% 증가한 24억달러로 기계산업 총수출의 19.3%를 차지해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수출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산 기계류의 품질과 신뢰가 향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국산 기계류의 대미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고 시장인 미국시장 진출 확대는 세계 어느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따른 기술 이전 효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투자 유치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계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미국과 일본ㆍ독일 등 선진국으로부터 외국인 직접투자가 부진한 실정이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후 기계장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94년 19억달러에서 99년 53억달러까지 성장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자국 내 설비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기계산업의 생산도 크게 늘어났다. 대멕시코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국에서만 유입된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제3국에서의 투자가 급증했는데 이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한미 FTA가 우리에게 유리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FTA에 따른 이익이 가시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관세 부문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기계산업의 평균 관세율 한국 6.4%, 미국 1.7%) 양국의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보다 미국산 제품의 수입 확대 규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첨단기술의 전수에는 단기적인 투자 유치 활성화의 어려움과 자국 산업의 보호조치 등 제약 요건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싱가포르ㆍ호주 등과의 FTA 협상 결과에서 보여줬듯이 자국 산업을 철저히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FTA에서 공작기계의 원산지 규정은 역내 부가가치 비율을 65% 이상으로 삼아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베어링과 터빈 등은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 않고 4~8년 이내에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섬유기계와 농업용기계, 건설광산기계 등은 자국에 유리하도록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도 베어링 등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에 대한 관세유예기간 확보 등 철저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FTA는 우리 기계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지역화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국산제품의 수출 확대 어려움과 기존 시장의 잠식이 우려된다.
피해우려 품목에 대한 전략 필요
세계교역의 절반이 FTA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데 비춰볼 때 수출 효자산업으로 도약한 기계산업의 수출 확대와 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한미 FTA 체결이 선결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오는 2015년 우리 일반기계산업은 수출 80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의 세계 5대 기계산업 강국으로의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기계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한미 FTA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단기적인 수출 증가 효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가 절실하다. 이제 국내 기계산업이 선진 기계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