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람부터 하고 관리처분총회 열자(?)’ 다음달 25일부터 부과되는 재건축 개발부담금을 피하려는 재건축단지들이 사업을 서두르는 가운데 재건축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관리처분총회를 마친 뒤 30일간 실시하는 주민공람을 총회 이전에 시작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달 중하순에 관리처분총회가 예정된 다른 재건축 막바지 단지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 6차 재건축조합 및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개최한 관리처분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자 조합은 대의원회의를 열고 총회를 오는 24일 재소집하는 대신 주민공람을 10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본래 재건축사업 절차에 의하면 토지나 건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을 의결, 수립한 뒤에 30일간 공람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절차가 뒤바뀐 것이다. 이에 앞서 잠원동 반포한양도 지난달 22일부터 총회에 앞서 주민공람을 하고 있으며 의왕시 내손동 프라자도 10일부터 선(先) 공람을 시작했다. 반포한양 조합의 한 관계자는 “9월24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이에 따라 총회를 9월 초에 여는 대신 주민공람을 7월22일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사업 방식을 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49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기 전에 관계서류의 사본을 30일 이상 토지 등 소유자에게 공람하게 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관리처분총회와 주민공람의 순서를 정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전에만 공람을 마치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관리처분총회 전에 주민공람을 했더라도 명백하게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도 “최종 인가 여부는 인가권을 가진 시장ㆍ군수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절차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절차를 뒤바꾸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신 6차 비대위 관계자는 “서면결의로 밀어붙이기 관리처분총회를 추진하던 조합이 이제는 의결되지도 않은 계획안을 공람하라는 비상식적인 절차로 사업을 다시 강행하려 한다”며 “관리처분총회 중단을 위한 소송을 준비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구청 관계자도 “총회에서 통과된 관리처분계획은 다시 고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현재 법령으로는 추진절차를 문제삼기보다 집행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안에 따른 손해는 손해배상청구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