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가 효과없는 정신분열병 환자를 수술로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이정교 교수팀과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이태경 박사팀은 공격적이고 난폭한 성향이 강해 가장 높은 단계의 약물치료로도 전혀 조절되지 않았던 정신분열병 환자 구모씨(27)에게 `싸이코서저리(psychosurgery)'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2일 밝혔다. 구씨는 수술 후 1개월이 지난 현재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번에 시행된 `뇌정위적 양측 전방 피막절개술'은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뇌의 신경섬유 일부에 넣은 뒤 고주파전류를 흐르게 해 목표 부위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정신과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이동하는 연결통로의 일부분을 제거한 것이다.
이정교 교수는 “다른 사람을 때리는 등의 폭력적 성향이 강했던 구씨가 수술후 공격적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집중하면서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는 등 증상이 호전됐다”며 "싸이코서저리는 공격적 성향이나 심한 강박행동과 같은 양성증상을 갖고 있으면서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정신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경 박사는 "환자의 공격성이 많이 줄었고, 강박적 행동의 감소로 집중력은 하루 사이에 증가했다"면서 "국제정신과학회 기준에 따라 수술 다음날부터 정신과 약물의 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구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입학 후 공격적인 행동과 환청ㆍ환시로 입원 치료를 받아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