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그린 위에 올라가면 누구나 마크를 한다. 동반자의 퍼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게 주목적이지만 볼도 새로 닦고 퍼팅할 때 자신만의 습관대로 볼을 놓으려는 목적도 있다.
골사장은 마크를 할 때마다 되도록 볼 뒤쪽에 바짝 동전을 놓는다. 리플레이스 할 때 단 1㎜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계산이다.
하지만 오늘 같이 라운드를 하는 박사장은 해도 너무 한다. 마크 할 때는 볼이 움직일 정도로 바짝 붙이고 리플레이스 할 때는 여유 있게 해서 5㎝ 정도는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번 홀에서도 역시 바짝 마크를 하는 박사장. 이때 볼이 밀리면서 움직였다.
`이게 의도적이었다면 분명 1벌타인데…` 하고 생각하는 골사장에게 박사장이 겸연쩍은 듯 해명을 한다.
“마크 할 때 우연히 볼이 움직이면 무벌타지?”
심판이 없는 골프에서는 우연이냐 의도적이냐 하는 판단은 순전히 플레이어의 몫이다. 그러나 박사장의 그런 모습이 그리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 홀부터 골사장의 마크는 볼 뒤 1㎝ 정도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규칙에 의한 볼의 집어올리기 과정 혹은 볼의 위치를 표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볼이나 볼 마커를 움직인 경우에는 그 볼이나 볼 마커는 리플레이스 되어야 한다. 그러한 볼의 움직임이 위치의 표시 또는 볼을 집어올리는 특정한 동작에 전적으로 기인할 경우 벌은 없다. (규칙 20조1항)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