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연예계뒤에 감춰진 '추악함' 그대로…

<새 영화> 비릿한 욕망이 움트는 '스위트룸'


연예계를 말할 때 자연스럽게 붙는 수식어. '화려하다'는 것. 스타가 되면 부와 명예, 그리고 문화 권력까지 자연스럽게 손에 쥔다. 비단 최근만이 아니다. 50년대도 톱스타들의 위치는 그러했다. '화려함'과 동시에 은근히 비꼬는 생각. '추악하다'는 느낌.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지레짐작. 화려함을 동경하지만 반면에 왠지 추악할 것이라는 경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1950년대 다재다능한 스타 콤비 래니(케빈 베이컨)와 빈스(콜린 퍼스)를 내세운 '스위트룸'은 연예계에 대해 일반인이 느끼는 화려함과 추악함을 드러내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플레이보이지만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래니와 젠틀한 유머로 무대의 중심을 잡는 빈스는 환상의 콤비다. 이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도 소아마비 환자들을 위한 기금 모금 생방송을 39시간이나 진행할 정도로 공인 의식도 갖고있다. 마이애미에서 39시간 생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뉴저지로 날아온 그들의 방에서 전라의 여자가 시체로 발견된다. 두 남자의 알리바이는 완벽하다. 막 호텔에 도착해 호텔 회장과 경찰서장이 함께 있는 자리였기 때문에 아직 들어가지도 않은 호텔방 욕조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와는 전혀 상관없기 때문. 이 사건은 15년이 지난 뒤 두 사람에 대한 글을 쓰려는 여기자 카렌(알리슨 로만)에 의해 서서히 전모가 밝혀지려 한다. 두 사람을, 그 중에서도 특히 래니를 동경했던 카렌은 바로 그 모금 생방송 무대에서 소개된 소아마비를 이겨냈던 어린 소녀였다. 그때의 동경이 두 사람에 대한 글을 쓰게 한 것. 39시간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팀이 해체된 후 빈스는 연예계에서 서서히 잊혀진 인물이 돼간다. 경제적 곤란을 겪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대가로 100만 달러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사건에 대해서 증언하는 것은 완강히 거부한다. 죽은 여자는 마이애미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담당했던 여대생 모린이었다. 가는곳마다 안달하는 여자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던 래니는 모린을 자신들의 방에 은밀히 초청한다. 영화는 래니, 빈스, 카렌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사건으로 치달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동안에는 잠깐 지루함이 고개를 들지만 영화 속에 보이는 연예계의 면모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까발려진다. 콤비 이상의 감정을 서로에게 갖고 있는 래니와 빈스의 위태로운 감정. 무대에설 때의 긴장감을 이겨내기 위해 마약과 각성제를 영양제 맞듯 복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연예인들의 심리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욱이 영화는 스타의 섹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보인다. 모린이 죽게 된 것도 이들의 파행적인 섹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래니와 빈스를 통해 인간의 비릿한 욕망을 메스꺼우리만큼 드러낸 영화는 실제범인을 중요하게 부각하지 않는다. 대신 마피아 출신 호텔 회장이나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한 경찰서장, 두 스타를 완벽하게 보좌하는 비서 등 스타를 둘러싼 또 다른욕망의 조연들을 통해 관객의 양심을 불편하게 만든다. '일급 살인' '미스틱 리버'를 통해 자신만의 섹시한 매력과 연기력을 함께 과시한 케빈 베이컨의 진중한 매력을 맛보기에 좋은 작품. '러브 액추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로맨틱한 멋진 남성으로 등장했던 콜런 퍼스가 내면의 자기멸시가 강한 빈스를 연기한 것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루퍼트 홈즈의 베스트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가 갖고 있어야 할 치밀함을 따지자면 그다지 높은 점수는 아니다. 그러나 연예계를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은 충실하게 따라잡고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4월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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