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기계도 건강상태를 진단받아야 한다. 기계에 문제가 있음에도 무리하게 가동시키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 자칫 기계파손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트라이볼로지연구센터의 권오관(權五寬)·공호성(孔鎬成)·윤의성(尹義性)박사팀이 최근 개발한 「기계 건강진단 온라인 시스템」은 먼지 등 이물질은 물론 기계 마모량을 실시간으로 측정, 이상 징후나 파손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한다.
지금도 기계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있다. 마치 의사가 청진기를 가지고 소리·혈압·체온을 재는 것처럼 기계의 진동·압력·온도의 변화를 체크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진동·압력·온도의 변화는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대응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먼지 등 이물질의 침입이나 마모는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에 쉽게 알아내기 힘들다.
權박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계 건강진단 온라인 시스템은 바로 이같은 이물질의 침입 및 마모 정도를 윤활유 검사를 통해 측정하는 것이다. 윤활유는 인체의 피(血)처럼 기계나 플랜트 사이를 지속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먼지 등 이물질은 물론 기계에서 떨어져 나온 각종 물질이 섞여 있다. 따라서 윤활유의 오염 정도를 보면 기계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작동원리는 광원(빛)을 윤활유에 쏜 뒤 빛이 통과하는 양(量)에 따라 윤활유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방식. 한마디로 빛이 많이 통과하면 적게 오염된 것이고, 적게 통과하면 많이 오염된 것이다.
기계 건강진단 온라인 시스템은 특히 윤활유에 포함돼 있는 철(Fe)계 마모입자와 비철계 마모입자를 구분해서 측정할 수 있어 마모가 철로 된 구조물에서 발생했는지, 구리나 주석으로 된 베어링에서 발생했는지를 정확하게 가려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측정결과는 기계표면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중앙통제실로 즉시 전송돼 실시간으로 이상 징후나 파손 여부를 알 수 있다.
權박사팀은 이 시스템을 제철소·발전소 등 대형 플랜트는 물론, 엔진을 사용하는 항공기·선박·대형트럭·고속버스·승용차 등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정구영 기자】
윤활유의 오염도 측정을 통해 기계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기계건강진단 온라인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