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맞은 한국경제에 불황의 그늘이 잔뜩 졌다. 신규 일자리가 10만개가 채 안돼 외환위기 직후에 겪었던 실업의 공포가 엄습하는 와중에 이제는 생산부터 소비ㆍ투자 등의 경제지표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마저 지난 10월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더니 11월에는 마이너스 성장마저 예상되고 있다. “위기가 아직 터지지 않았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현실진단이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이유도 갈수록 나빠지는 경제지표와 무관하지 않다. ◇최악의 기록 갈아치우기 바쁜 경제지표=주요 경기지표 중 좋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최악의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산업현장의 생산흐름을 볼 수 있는 광공업 생산은 내수부진과 수출둔화가 겹치면서 지난해 10월에 비해 2.4%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조업일수 증감에 따른 효과를 제거한 실질생산(조업일수 조정지수)은 1.8%가 줄어 2001년 9월 이후 7년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국내 수출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반도체ㆍ부품 생산이 크게 줄어든 게 주요 요인이다. 실제 반도체ㆍ부품 생산은 13.6%(전년 동월 대비 기준)나 급감해 2001년 7월의 -15.1%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10월에 비해 1.0% 늘었지만 올 9월에 비해서는 0.5% 줄었다. 부동산ㆍ임대업(전년 동기 대비 -8.6%), 도매ㆍ소매업(-3.2%) 등의 부진이 원인이다.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소비재 판매는 차량용 연료 등 비내구재와 의복ㆍ직물 등 준내구재 판매가 줄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3.7%, 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지난해 동기 기준으로 소비재 판매가 이처럼 큰 폭 감소한 것은 2003년 8월(-5.9%) 이후 5년2개월 만이다. 기업이 투자여력을 찾지 못하면서 설비투자도 지난해 10월에 비해 7.7%나 급감했다. 2003년 1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더구나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도 36.7%나 줄어들어 앞으로도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공장 가동률 떨어져…긴 경기 한파 예고=소비가 줄다 보니 제품출하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공장 창고에 쌓이는 재고도 늘었다. 실제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음에 따라 내수용 출하는 석유정제와 화학제품, 1차 금속류 등에서 감소를 보이면서 전년 동월 대비 4.5% 줄었다. 9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내수용 출하는 다시 한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의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수출용 출하 역시 부진하다. 반도체ㆍ부품의 부진으로 수출용 출하는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수ㆍ수출용 출하 모두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재고 증가폭은 매달 확대되고 있다. 재고는 전년 동월비 17.6%나 증가해 9월(16.6%)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장가동률도 4개월 연속 줄었다. 10월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로 2006년 7월(75%)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저조했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올 7월 80% 아래로 떨어진 뒤 4개월 연속 80%를 밑돌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한편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물론 5~6개월 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모두 좋지 않다. 두 지수의 동반 하락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9개월간의 동반 하락은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이는 경기 한파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연구기관장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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