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린 와중에 지난 10일 이후 화력ㆍ열병합발전소 3곳에서 잇따라 고장이 발생했다. 일산열병합 가스터빈 3호기(10만Kw), 당진복합화력 3호기(50만kW), 서천화력 2호기(20만Kw)인데 설비용량이 큰 당진화력 외에는 긴급정비를 거쳐 가동을 재개했다. 발전기 계통, 터빈 블레이드 손상→진동 상승, 해수 순환펌프 고장이 원인이라고 한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의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대비 적자가구 비율은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26.1%였지만 지난해 23.7%로 낮아졌다. 저소득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이 가구주인 곳의 적자비율 감소폭이 특히 크다고 한다. 부채가 소득의 15%를 넘는 과도차입 가구의 비중도 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겉으로만 보면 가계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적자와 부채 감소는 소득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지출을 줄여서 얻어진 것이다. 장기간 계속돼온 경기침체와 대외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빚과 소비부터 줄이자는 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계수지 개선이 소비부진과 자산가격 하락으로 연결돼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고소득층이야 여행ㆍ외식을 줄이면 될 테지만 소득이 적은 이들이 빚 독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 감소가 가계부채와 생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60세 이상 적자 가구의 80%가 소득 1분위에 집중돼 있는 점도 사회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계수지 적자의 근원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좀처럼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정부 지원을 늘리고 부의 재분배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적극적인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방적인 퍼주기는 국민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자칫 계층 간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 세제개편안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적자가구가 우리 사회의 잠재적 시한폭탄이 되지 않게 하려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50만kW급 8기를 가동 중인 당진화력의 경우 저압 터빈 부품 손상으로 가동이 멈춰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내 재가동이 어렵다고 한다. 6월에도 7호기가 현장 제어설비 고장으로 한때 멈춰선 적이 있는 만큼 정밀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순환단전을 걱정해야 하는 올여름 전력난이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 등 원전 부문에 고질화된 비리에서 출발한 만큼 화력발전에서도 불량 부품ㆍ비리가 있는지 철저히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력당국이 한국전력과 계약한 기업체의 가동을 사실상 정지시키는 사상 첫 긴급절전 시행까지 들먹이며 수요조절과 예비전력 확보에 매달리는 상황이라 당장은 여유가 없겠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곧바로 고장원인과 함께 비리 여부를 파헤쳐야 할 것이다.
국내 원자력 업계는 특정 학맥의 원자력 기술자들이 '원전 마피아'를 형성, 배타적 기술정보와 보안을 방패 삼아 안전규제기관과 발주ㆍ설계ㆍ부품검증ㆍ시험기관, 부품 제조업체 등에 포진해 비리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비리로 멈춰선 원전이 늘어나 지난해 32% 수준이던 원자력발전 점유율은 올해 24%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 자리를 석탄ㆍ액화천연가스(LNG)ㆍ석유 등 비싼 연료를 쓰는 화력ㆍ열병합발전소 등이 대신하고 있다. 이 부문마저 불량부품과 비리에 물들어 있다면 올해와 같은 비상사태가 닥칠 경우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 가정과 사업장을 밝혀주고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전력의 생산ㆍ유통과정을 비리사슬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