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백년기업도 소통경영부터


지난 14일 방한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페이스북을 100년 이상 오래가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 비전이라고 밝혔다. 미국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40년, 일본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창립 8주년을 맞는 페이스북의 비전은 무척 야심 차다.

경영인들에게 '백년기업'은 장수기업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기업 브랜드 자체가 곧 신뢰이고 구성원이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와 이념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뼈를 깎는 고통으로 지금의 자리를 지켜낸 만큼 백년기업 타이틀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경영훈장과 같다.

직원·고객·지역사회에 귀 기울여야

한국에는 백년기업이 동화제약과 두산 단 두 곳뿐이다. 늦은 근대화를 감안해도 백년기업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년기업의 핵심 비결은 세계의 대표 장수기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다각적인 소통경영이다. 이는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및 지역사회 등과 기업의 가치를 공유해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년기업들도 소통경영이 밑받침이 됐다.

'맥가이버 칼'로 유명한 빅토리녹스는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대표기업으로 고객∙구성원∙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소통경영을 자랑한다. 고객들에게는 내구성이 좋은 제품과 평생 애프터서비스라는 획기적 정책을 제공하고 직원들에게는 해고 대신 충분한 자유시간과 다양한 사내 역량개발 활동을 보장한다.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용창출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두지 않고 직원의 상당 비율을 지역주민들로 구성하는 등 기업을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초콜릿 '앰앤앰즈'로 유명한 마즈도 소통경영을 통해 101년의 기업 역사를 일궈냈다. 마즈의 소통경영은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에서 더욱 빛난다. 직원들을 고용인이 아닌 협력자(associate)로 부르며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다. 매년 갤럽과 함께 직원 몰입도를 조사하고 전세계 권역별 옴부즈맨 담당자를 배정해 누구나 업무환경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에도 충실하다. 유기동물 보호, 푸드뱅크 기부 등 전사와 각 지사가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정상급 기업도 소통 소홀하면 몰락

이처럼 다각적인 소통경영은 우리나라 재계에 장수기업을 위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준다. 귀 기울이고 대화하는 기본적인 소통이 백년기업의 기초라는 사실이다. 한때 세계 정상에 군림했던 코닥∙소니∙노키아의 몰락은 소통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코닥은 쉽고 빠른 인화 과정을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노키아는 스마트폰사업부와 일반휴대폰사업부 간, 소니는 워크맨과 MP3플레이어 사업분야 간의 경쟁과 갈등으로 내부 소통에 실패했다.

미래엔(옛 대한교과서)은 오는 24일 창립 64주년을 앞두고 고객∙구성원∙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소통경영을 화두로 삼아 백년기업을 향한 목표를 재정비했다. 고객들이 자문단∙체험단을 통해 회사를 알게 하고 회사 구성원들이 가족친화적 분위기에서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지역사회에 교육기부를 통해 인재육성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건강한 경영풍토에 기여한다는 백년기업을 향한 많은 기업들의 고민이 소통경영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3∙제4의 백년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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