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추진…PSI 참여 확대도 "무력충돌 가능성" 신중론속 평화헌법 개정 의도 속셈도
입력 2006.10.13 17:16:43수정
2006.10.13 17:16:43
일본이 14일부터 대북 독자 제재를 실시하는 데 이어 미국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강화 방침에 발맞춰 독자적으로 북한 선박의 해상 검색을 실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는 PSI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 핵실험 사태를 계기로 집단적 자위권을 불허하는 평화헌법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PSI 후속 조치들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한국과 중국의 거세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빚어진 상황을 자국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사태로 판단, PSI와 관련된 미군 지원의 근거인 ‘주변사태법’을 적용하거나 아예 독자적으로 북한 선박을 임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이와 관련, 지난 12일 정책담당자회의를 열어 새로운 법률 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도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대북 제재안을 설명하면서 북한 선박 해상 검색과 관련, “모든 사태를 상정하면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PSI 참여확대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평화헌법 위배 논란이 일본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른 나라와의 무력충돌로 직결될 수 있는 검문ㆍ검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헌법은 상대 선박의 동의 없이 실시되는 임시 검색은 상대 선박이 이에 반발할 경우 자칫 교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일본 평화헌법상의 자위권 행사를 넘어서는 행위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또 미군의 PSI와 관련된 후방지원 방안의 경우 북한 핵실험을 ‘주변사태법’상의 ‘주변사태’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미군의 PSI 지원방안을 담은 주변사태법 적용 대상은 ▦일본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 발생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경우 ▦피난민이 대량 발생해 일본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결정돼 경제제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한한다. 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추진돼 99년 제정된 이 법에서는 대응조치를 무력행사를 제외한 후방 지원, 선박 검색, 구조 등으로 국한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료회의를 열어 ▦모든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북한의 모든 상품 수입 금지 ▦북한 국적을 가진 자의 원칙적인 입국 금지 등 인적ㆍ물적 교류를 사실상 중단하는 추가 제재조치를 의결, 14일부터 시행한다.
◇집단적 자위권=일본이 아닌 유대관계를 가진 주변국이 제3국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 반격할 수 있는 권리. 일본 평화헌법에는 자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하는 자위권은 허용되나 집단적 자위권은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