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발생한 최진실씨의 사망사고가 각종 매스컴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 최성락(42)씨는 최씨의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물론 최씨의 팬으로서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최근 주식과 펀드 손실로 식욕도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이따금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부인과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참고 있는 자신이 늘 불안하기만 하다. 톱 탤런트인 최진실씨의 사망으로 전국민이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그의 자살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우울증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를 좋아했던 대다수 국민들, 특히 30~50대 중장년층들은 이번 사건으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하다’ ‘남의 일 같지 않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등의 허전함을 호소하고 있다. IMF 이후 특히나 치열해지고 있는 사회적 경쟁 분위기에다 최근 고물가 속 경제위기 상황이 나타나면서 생활에 대한 고통과 피로, 삶에 대한 회의 등 복합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 연예인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감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자살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대책과 관심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3일 우울증세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모방자살이 잇따라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오전6시4분께 강원 강릉시 포남동 다세대주택에서 이모(30ㆍ여)씨가 압박붕대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119구조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또 이에 앞서 0시40분께 전남 해남군에 사는 박모(55ㆍ여)씨가 집 욕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들 이모(3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씨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었다’는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처럼 자살자의 90%는 우울증을 비롯해 양극성장애,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정신분열증 등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15%가량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질환자는 매년 8%씩 늘어나 지난 2003년 39만명에서 2007년 52만명으로 급증했다. 한해 약 7만명가량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위험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올초 발표한 2006년 정신질환 유병률(병을 앓고 있는 비율) 자료에 따르면 특히 한 가족의 주축인 40ㆍ50대 남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5년새 3~5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장의 우울증은 가족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관심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최근 경제침체와 주식ㆍ펀드 수익률 하락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가정불화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고통은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지만 적극적인 표현을 못해 심적 부담은 더욱 큰 상태”라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해야 할 질병인식 시급=전덕인 한림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야 말로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우울증을 암ㆍ심장질환처럼 꼭 치료 받아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민수 고려대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소장은 “가을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슬퍼지는 것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감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듯 우울증도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ㆍ세로토닌이 부족해 생기는 질환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리듬 유지로 우울증 예방해야=이민수 소장은 “우울증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심신이 지치기 쉬운 환절기에 휴식시간을 많이 갖고 남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증을 발생시키므로 운동 등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해야 하며 숨을 느리고 깊게 들이마시는 복식호흡과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언론이 자살을 미화한다든가 너무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이나 장소에 대해 기술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