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속 수출 선전 경제버팀목 역할 톡톡

환율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인가. 우리나라 수출이 최근 환율불안에도 불구하고 호조세를 이어가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내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기계류, 선박 등이 품질 및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환율변동에 상대적으로 강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했다. 다만 원화 강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현재의 내성이 유지되기는 힘들다고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수에 버티는 힘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채산성 악화 등 수출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다. ◇열악한 환경불구 `수출 순항`=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182억달러,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각 179억 달러 등을 기록, 총 1,83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 정도 실적이면 최근과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단한 분투를 한 셈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지난 8월부터 가격이 다소 정체를 보였으나 가격이 재상승할 움직임을 보여 수출품목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는 올초 사업계획 수립 시 업체들이 기준환율을 보수적으로 달러당 1,100원대로 책정해 아직은 원화강세 파고를 버텨내는 것으로 평가됐다. 선박 역시 수주물량이 충분한 데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업종특성상 환율변동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며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섬유제품 및 직물류는 값싼 중국산과 홍콩산 등이 원화강세를 틈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각각 지난해 보다 수출액이 9,6%, 8.0% 줄어들었다. 중국이 위앤화의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어 원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체질강화… 환율대책 세워야= 국내 경기침체 속에서 수출이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결은 체질강화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선박, 컴퓨터 등 수출 주력품목 들이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 핵심포인트다. 특히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교역상대국의 화폐 절상 바람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환율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했다. 문제는 현재의 원화환율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점. KOTRA 해외 지ㆍ상사들은 원화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일부 품목은 아예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이 부진한 섬유ㆍ직물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로 생산시설 이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부품 업체들 또한 엔진 및 일부 특수부품을 제외하곤 제조설비 이전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KOTRA는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출 호조는 환율충격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시기를 통해 정부는 환율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업체들 역시 결제통화 다변화, 장기계약을 통한 수출가격 안정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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