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사이' FX마진거래 뜬다는데…




『 지난 해 말 펀드를 중도 해지했다가 올들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김 여사는 속을 끓이며 잠을 설쳐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 여사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환율 덕분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2년 전 여름 괌으로 휴가 가기 위해 환전했던 미국 달러를 이제서야 우리 돈으로 바꾼 걸까. 김 여사는 코웃음을 친다. 그런 푼돈에 만족할 정도로 째째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도대체, 무엇일까. 도깨비 방망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김 여사는 지난 밤에도 환차익을 봤다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김 여사가 오히려 되묻는다. 요즘 유행하는 'FX마진거래'도 모르냐고…. 그렇다. 비결은 FX마진거래였다. 250만원으로 1억원을 굴린다는 FX마진거래. "투기가 아니냐"고 묻자 김 여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슨 뜻일까. 김 여사가 조용히 말한다. "FX마진거래는 투자일 수 도 있고, 투기일 수 도 있습니다." 올들어 'FX(Foreign eXchange)마진 거래'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 투자자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 대학생, 가정주부까지 FX마진거래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이어 한국의 '김 여사'도 환테크에 나선 것이다. HTS를 통해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데다 종목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고 무엇보다 레버리지(차입)가 수십배에 달한다는 점이 '대박 신화'를 꿈꾸는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매력은 뒤집어 생각하면 그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김 여사들이 모두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옆집 '김 여사'의 자랑에 귀가 솔깃해져 무턱대고 거래에 뛰어들었던 또 다른 '김 여사'는 불과 며칠사이에 투자 원금을 모두 까먹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분석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FX마진거래 시장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한 시장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학습하려는 자세를 갖추지 않은 사람들도 투기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 ● "50배 레버리지의 달콤한 유혹 조심을"
최소 증거금 2,000弗로 10만弗까지 투자 가능 '고위험·고수익'
자기 제어 능력 없으면 엄청난 손실 입을 수도
‘FX(Foreign eXchange)마진거래’란 두 나라의 통화를 사고 팔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외환거래를 말한다. 거래되는 통화는 미국 달러, 유럽연합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캐나다 달러, 프랑스 프랑 등 8개 통화다. 우리나라 원화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 전세계 FX마진 거래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2,000억 달러로, 이는 세계 증시의 약 50배, 국내 증시의 7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시장 규모 때문에 일부 특정 세력이 시장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 모든 거래가 인터넷상에서 HTS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고, 거래는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이뤄진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시장부터 시작해 중동, 유럽, 미국시장이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시와 달리 거래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 때문에 회사원은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가정 주부는 하루 가사 일을 마친 후 FX마진 거래를 위해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곤 한다. ◇지난 해 국내 FX마진 거래대금, 5,000억 달러 육박=우리나라에서 개인들의 FX마진거래는 지난 2005년 1월 선물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된 후 허용됐다. 본격적인 성장은 지난 해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과 함께 환율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터다. 지난 2007년 상반기 7만3,921건이었던 국내 FX마진 거래량은 지난 해 상반기에는 100만건을 넘어섰고, 하반기에는 200만 건을 돌파했다. 거래 구조가 단순한 편인데다 계좌를 개설한 후 HTS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FX마진거래를 취급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외환ㆍ한맥ㆍ부은ㆍ유진ㆍ우리ㆍKRㆍ삼성선물 등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발효로 증권사 대부분이 금융감독원에 선물업 인가 신청서를 낸 후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국내 FX마진 거래 시장은 대형 증권사들의 본격적인 참여와 함께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전체로 거래계약 수는 334만8,599건, 거래금액은 4,924억 달러에 달했다”며 “금융시장 안정세가 뚜렷해진다면 올해부터는 적어도 연간 2배 이상의 양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콤하지만 위험한 레버리지의 유혹=FX마진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차입)’다. 다시 말해 최소 증거금인 2,000달러로 50배인 10만달러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50배의 레버리지는 현재 국내에서 허용된 투자 상품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레버리지는 적은 투자금으로 큰 수익을 내게 해주는 달콤한 장치인 동시에 순식간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괴물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8일 FX마진거래 시장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쪽박’ 을 차는 일이 벌어졌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등, 엔ㆍ달러 환율이 전일 94.76엔에서 장중 91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라면 ‘하락률 1%=1%의 원금 손실’을 의미하지만 FX마진거래 시장에서는 레버리지를 얼마나 사용했느냐에 따라 손실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환율의 방향을 맞춘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의 ‘고위험ㆍ고수익’ 특성 때문에 FX마진거래를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시장과 거래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저 레버리지에 대한 환상에 빠져 거래에 나섰던 사람들 중 상당 수가 손실을 입었다. 지난 해 개인 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에서 입은 손실이 489억원에 달했다.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현재 금융당국은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며, 빠르면 이번 주 중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철저한 자기관리ㆍ꾸준한 정보수집 필요=FX마진거래를 중개하는 금융회사들은 ‘투자’가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투자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시장이 확대되고 참여자가 증가하면 당장 수수료 수익은 커지겠지만 시장이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참여자들의 질이 떨어진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일신 유진선물 FX마진부 이사는 “레버리지의 유혹에 빠져 시장에 성급하게 뛰어들어서는 안된다”며 “FX마진거래를 취급하는 선물회사는 대부분 정기적으로 투자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발품을 팔아서라도 먼저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경험과 시장 접근법부터 배우길 권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외환선물의 경우 초급반, 중급반, 심화반 등 투자자들의 수준별로 다른 커리큘럼을 정해 ‘FX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초급반에서는 FX의 기초와 모의거래 등에 대해, 중급반 이상에서는 투자 리스크 관리나 기술적 분석 등의 방법을 강의한다. 한맥선물 역시 매달 3~4회 정도 세미나를 열어 관련 투자 방법과 주간 외환시장 동향 등을 알려주고 있다. 유진선물도 정기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나 수도권 접근이 어려운 지방 고객을 위한 실시간 동영상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선물은 매월 10시간 과정의 ‘FX마스터코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 달부터 FX마진거래 시장에 뛰어든 삼성선물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투자자 교육은 선물회사들의 고객 유치 수단이기도 하다. FX마진거래 시장의 역사가 짧아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교육 과정을 하나의 정보 수집 채널로서 이용해 볼 만 하다. FX마진 거래 투자자들은 개인적으로도 꾸준한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한다. 전세계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시대인 만큼 인터넷 상에서 각국의 경제지표나 동향, 관련 속보 등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FX스트리트(www.fxstreet.com) ▦포렉스팩토리(www.forexfactory.com) ▦포렉스뉴스(www.forexnew.com) ▦데일리에프엑스(www.dailyfx.com) ▦FX뉴스(www.fxnews) 등의 국ㆍ영문 사이트를 비롯해 국내외 경제뉴스, 통신사 등을 적극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자기 관리 능력도 필요하다. 한 FX마진거래 전문 투자자는 “사실 매월 5%씩만 수익을 내도 성공적인 투자”라며 “그런데도 일부 초보자들은 충분한 모의 거래 연습을 거치지 않고 위험 관리에 대한 룰도 정하지 않은 채 일확천금을 노리고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신일 유진선물 이사는 “FX마진거래를 위해서는 기본적ㆍ기술적 분석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심리적 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느 정도까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지 자신의 투자성향을 파악해야 하고, 트레이딩과 시장을 연구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는 지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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