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산업분야에서의 생산기술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 반복적이고 지루한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에 크게 힘입었다. 가사노동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분담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로 남게 됐다.오디오·비디오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음악과 영화 등을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상류층의 특권이던 문화·레저생활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된 것도 20세기가 남긴 유산이다.
인류를 질병에서 해방시킨 의약품의 개발과 보건 및 위생관념의 정착은 인류의 수명과 경제활동연령을 크게 높였으며 의약품을 통한 출산조절은 성혁명을 가져왔다.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냉장고,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들은 생활상을 크게 바꾸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은 20세기 최대발명품으로 세탁기와 진공청소기를 꼽았을 정도다.
각각 1908년과 1918년에 개발된 진공청소기와 냉장고는 주부들의 일손을 크게 덜어주었다. 하루종일 집안일에 매달려야 했던 여성들이 가사와 사회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본격적으로 산업현장에 뛰어든 여성들이 종전 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사노동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67년 첫선을 보인 전자레인지는 요리의 절차를 간편하게 하고 시간을 줄여줘 남성도 손쉽게 음식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의 확대와 가사노동의 간편화는 가족제도의 변화도 초래했다. 20세기 후반 들어 독신가정의 비율이 늘어나고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남성, 여성모두 배우자 없이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능력을 갖춘데 따른 것이다.
◇대중문화와 미디어산업의 성장= 라디오(21년), 텔레비전(39년), 비디오레코더(76년)의 개발과 보급은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누구나 손쉽게 문화활동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연예오락 및 미디어산업을 고부가가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었다. 오락산업이 연매출 수천억달러의 거대규모로 성장하면서 문화의 주도권은 엘리트에서 대중으로 넘어가게 됐다.
미디어의 발전은 인류의 교육수준도 크게 끌어올렸다. TV와 라디오의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도 지구촌 각지의 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미디어를 통한 평생교육의 실시는 계층간 지적 격차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명연장과 성혁명= 28년 페니실린의 개발에 뒤이어 쏟아져 나온 각종 의약품은 인류가 오래도록 갈구했던 장수의 꿈을 실현시켰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금세기초 40세에도 못미쳤으나 현재 66세에 이르고 있다. 20세기 초반 20억에도 못미쳤던 세계인구는 99년 60억을 돌파,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났으며 활동연령도 크게 높아졌다.
폭발적 인구증가에 따른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출산조절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60년 최초의 경구용 피임약 「에노바드」가 첫선을 보였고 88년에는 먹는 낙태약이 프랑스에서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미 화이자사가 남성의 성적능력을 증대시켜주는 「비아그라」를 내놓으면서 성의 목적이 출산에서 쾌락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