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출신 부동산금융 주무른다

80년대부터 부동산 자산관리 눈 뜬 삼성서
개발·관리·운용 등 다양한 실무 경험 쌓아
이호길·황태웅·한상웅·성흔도·남선우 등
부동산자산운용·컨설팅사 CEO 대거 포진

부동산금융 업계에서 삼성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재훈(왼쪽부터 시계방향) 메이플트리 한국 대표,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본부장,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 황태웅 도이치자산운용 대표. /사진제공=서울경제DB

부동산금융 업계에서 '삼성생명'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에 입사해 부동산 팀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은 삼성생명 출신들이 이제는 부동산 자산운용사와 부동산 컨설팅 전문 회사의 CEO급으로 올라서면서 국내 부동산금융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 업계 점령한 '삼성' 출신들=24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활약하는 주요 자산운용사에는 삼성생명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호길 아센다스 대표, 황태웅 도이치자산운용 대표, 한상웅 인베스코 대표, 성흔도 알파인베스트먼트 대표, 남선우 켄달스퀘어 대표, 박종필 코람코자산신탁 부사장,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프로젝트금융사업 본부장 등이 모두 삼성생명 출신들이다.

투자자가 아닌 부동산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부동산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형 전무는 삼성생명에서 배운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부동산금융투자·자산관리론 등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삼성생명에 입사해 실무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삼성생명 내에서도 줄기는 두 개로 갈린다. 이호길 대표를 비롯해 황태웅 대표, 한상웅 대표, 박종필 부사장, 이형 전무 등은 모두 삼성생명 부동산 실물자산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와 달리 성흔도 대표와 김기형 본부장은 삼성생명 기업금융팀 출신이다.

범위를 좀 더 넓혀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삼성물산 출신 중에서도 부동산금융 업계를 주름잡는 이들이 있다. 정재훈 메이플트리 대표와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박응한 지방행정공제회 개발사업본부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일찍이 부동산에 눈 뜬 삼성그룹 출신들=삼성생명 출신들이 부동산금융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삼성그룹이 일찍이 부동산 실물자산 관리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부동산 팀을 구축한 시기는 1980년 초반이다.

당시 고 이병철 회장은 건설회사인 삼호에서 노희식씨를 데려와 부동산 팀을 만들고 삼성생명(당시 동방생명)에 삼성그룹의 부동산 업무를 총괄시켰다. 당시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쓰던 시기였다. 반면 보험사들은 자산 중 일부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었다. 실제 당시 삼성을 비롯해 교보생명,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주로 보험사들이 부동산 팀을 만들었다.

노희식씨 다음으로 삼성생명 부동산 팀을 이끈 이는 김학송 아시아자산운용 부회장이다. 뒤를 이어 이상철 젠스타 고문, 인채권 삼성SRA자산운용 고문 등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황태웅 대표, 이형 상무, 박종필 부사장 등은 인채권 고문의 아래 세대다.

삼성생명 부동산팀 출신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 중에서도 삼성생명이 규모도 제일 크고 체계적으로 부동산 팀을 꾸렸으며 개발·관리·운용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그 때 실무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IMF 직후 부동산 금융 시장이 개방되고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업계의 주축으로 올라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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