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1월 4일] 아프리카의 미래와 한국

얼마 전 민주콩고의 수도를 방문한 국내 모 그룹 회장이 "거리의 모습이 우리의 지난 1950~1960년대와 많이 비슷합니다"는 말을 했다. 필자는 이 나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공식처럼 "우리도 한때는 당신들과 같이 못살았고 식민지 경험에 전쟁도 치렀지만 지금은 경제발전을 이뤄냈으니 자원이 풍부한 당신들은 더 잘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다소 뜻밖이다. "당신들은 원래가 부지런한 국민이지만 우리는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불가능하다." 자원 확보보다 진정한 도움을 아프리카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필자가 주재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에는 서유럽 전체와 맞먹는 광활한 국토에 구리ㆍ코발트ㆍ주석ㆍ우라늄ㆍ탄탈룸ㆍ금ㆍ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자원뿐만 아니라 단독국가 소유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들은 이러한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진행된 가혹한 식민지 통치, 뒤이은 독재정권의 부패와 실정ㆍ내전 등으로 이러한 자원의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기까지 했고 이러한 풍부한 자원이 자신들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어느 민족이건 천성적으로 부지런하다거나 우수하다거나 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 과거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특정 성향을 가지게 될 뿐인데 혹독한 환경은 이렇듯 "자신들은 안 된다"는 세뇌효과까지 만들어낸다. 이달 중 서울에서 제2차 한ㆍ아프리카 포럼이 개최된다. 2006년 말의 제1차 포럼에 이은 두 번째 회의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정부는 1차 회의 때 약속에 따라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 원조를 2.5배로 늘리고 2,000명 이상의 연수생을 초청해 교육시켜왔다. 중국ㆍ일본을 비롯한 다수의 나라들도 우리와 같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액수의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다. 이러한 회의를 운영하는 배경으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부터 국제무대에서 자국이익에 대한 지지나 동조세력 확보,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유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을 좀 더 용이하게 확보하기 위한 시도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든다. 우리나라가 지난 40년간 엄청난 역경과 노력을 통해 세계무대에 올라섰지만 이쯤에서 과거의 우리처럼 역경에 처한 나라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마음이 없다면 과연 우리 혼자 잘 살겠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는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보다 국민소득이 몇 배로 불어난다면 세계인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가 자타의 인정을 받으며 세계무대의 진정한 중앙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또 기업의 이윤 차원에서도 주요 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우리의 접근이 우리의 일방적인 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접근은 이미 많은 나라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왔고 지금 와서 우리가 이를 다시 반복한다면 그야말로 공허하고 때 늦은 노력일 뿐이다. 세계인의 존경받는 국가 돼야 우리는 이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습득한 개발 경험을 이들이 자신들의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전수해 이들이 자신들의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겪은 과거의 역경이 의미를 지니게 되고 또 빛날 것이다. 이것은 부수적으로 우리의 외교가 국제무대에서 진정한 강자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번 제2차 한ㆍ아프리카 포럼이 극도의 좌절감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아프리카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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