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작품에는 몇 명의 노동이 숨어 있나요?

동시대 트렌드와 윤리 비틀어 새롭게 접근하는 김홍석 개인전 ‘좋은 노동 나쁜 미술’ 5월 26일까지 삼성미술관 플라토서


최근에 국내외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 작가의 작품들은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철공소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동의 결과물을 어떤 작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작품이라며 전시회에 자랑스럽게 내놓는가 하면 배우들이 펼쳐 보인 퍼포먼스에 버젓이 유명 작가의 이름이 따른다. 미술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아무렇지 않게 용인된 관례에 한 작가가 물음표를 던지며 미술 작업의 윤리성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 마련된 김홍석(49) 상명대 교수의 개인전 ‘좋은 노동 나쁜 미술’전에 선보인 설치ㆍ퍼포먼스ㆍ영상ㆍ조각 등 29점의 작품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거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개 같은 형태(사진)’는 검은 비닐봉지를 브론즈로 똑같이 재현한 강아지 조각. 미국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본 딴 이 작품은 팝아트가 다른 미술의 아이디어를 빌려 쓰는 관행을 짚어본다. 무용가에게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게 하고서는 “노동의 대가를 지불했으므로 이건 내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퍼포먼스 ‘미스터 킴’, 물감 칠한 캔버스를 청소부에게 닦게 한 뒤 전시장에 내 건 회화 ‘걸레질’ 등은 작품 그 자체로 감상하기에는 작품 뒤에 감춰진 노동의 흔적에 관객은 심정적으로 불편하기만 하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작가는 속임수를 쓰는 트릭스터처럼 모순되고 역설적인 태도로 매 순간 농담을 걸어오지만, 그 심연에는 우리의 현실과 현대미술을 존재하게 하는 상황에 대한 신랄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며 “관람객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거짓말 속에서 당혹감을 느끼면서 우리가 속한 세계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관람료 3,000원. 1577-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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