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낸 개헌카드… 이번엔 권력구조 개편 물꼬 틀까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등 여야, 여권 내부 이해관계 첨예하게 갈려, 집권후반기 탄력받을지 미지수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다시 한번 정치권에 개헌 등 정치 선진화를주문했으나 여야 합의로 실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첩첩산중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정치개혁과제는 개헌과 선거제도ㆍ행정구역 개편이다. 선거제도ㆍ행정구역 개편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강조했지만 행정구역 개편 부분만 일부 변죽을 울리다 말았을 뿐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든 정치현안을 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는 개헌이슈는 차기 권력구도를 통째로 뒤흔들게 된다는 점에서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개헌선(299석 중 200석)에 육박하는 180석에 달하고,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ㆍ시민단체와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게 개헌이슈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개헌ㆍ선거제도 바꿔 대결정치와 지역주의 해소= 이 대통령이 재차 정치개혁을 주문한 것은 대결정치와 해묵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행정의 효율화를 꾀하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정치가 집단의 이익만 내세운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며 ‘권력의 정치’에서 ‘삶의 정치’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987년 국민들이 군사독재정권의 연장음모에 맞서 5년 단임제로의 개헌을 끌어냈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개헌을 통해 국가의 틀을 재정비해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는 게대통령의 시각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해 지역주의와 잦은 선거에 따른 국력소모를 털어내고 낡은 행정구역 틀에서 벗어나자는 뜻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개헌, 여야ㆍ여권 내부 이해관계 크게 엇갈려=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의 경우 4년 중임제(미국처럼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임 가능)와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외교ㆍ안보ㆍ국방 등에, 총리는 경제 등 내치에 각각 주력)가 대안으로 꼽힌다. 의원내각제도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여야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계파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지난해에도 언급됐던 선거횟수의 재조정을 통한 감축안도 미묘한 문제다.

현실적으로 5년 임기인 대통령과 4년 임기인 국회의원 선거를 같이 하기 위해 2016년 4월 대선과 총선을 실시할 경우 차기 대통령은 3년 2개월 밖에 임기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 일정이 각각 2012년 4월과 12월로 같은 해에 잡혀 있어 이번이 개헌 타이밍이긴 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과도정권에 그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임기가 후반기로 돌아선 마당에 얼마나 개헌논의에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국면전환용 개헌에는 응할 수 없다”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친박계는 “박근혜 죽이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더욱이 개헌이 이뤄진다고 해도 친이계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4년 중임제를 고수하고 있다.

◇선거제도ㆍ행정체제 개편도 지지부진= 선거제도 개편 역시 지지부진이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한 중ㆍ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뽑음), 권역별 비례대표제(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 석패율제(특정정당이 한 시도에서 당선자가 없을 경우 지역구 출마자 중 가장 아깝게 떨어진 사람을 비례대표로 구제) 등이 검토될 수 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기초의원 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만 겨우 이뤄졌을 뿐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기됐으나 여야의 입장차로 관철되지 못했다.

행정체제 개편의 경우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를 통해 도(道)는 그대로 유지하되 2014년부터는 특별ㆍ광역시의 구(군)의회는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반발이 있어 현재 국회 법사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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