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박근혜 따라가면…" 의미심장 발언
원조 쇄신파 원희룡 의원 "박근혜 따라가지 않을 것"입바른 소리 하는 것이 정치인의 존재 이유… 1년간 해외 머물며 재충전朴, 내부 갈등 제동 옳지만 사전예방이 진정한 리더십
임세원기자 why@sed.co.kr
원희룡(48ㆍ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그저 무리에 끼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따라가면 뭐가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정치판에 있겠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쇄신파 3선 중진인 원 의원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입바른 소리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존재의 이유인데 말로만 끝내면 책임감이 없다. 1년간 정치판을 떠나 한 단계 더 진화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원 의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방문연구원 자격을 허가 받아 오는 6월 초에 출국하며 이후 6개월은 프랑스ㆍ독일ㆍ스웨덴 등을 방문하고 나머지 6개월은 미국과 중국에서 지낼 계획이다.
원조 쇄신파로 불리는 그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을에 출마해 정계에 진출한 후 12년의 국회의원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해 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대선을 앞두고 1년이나 해외에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나는 입바른 소리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존재의 이유였다. 그런데 12년을 했지만 부질없었다. 쇄신파라는 게 자기 지지도가 떨어지면 쓴소리 하다가 조금 좋아지면 그만두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더 진지하지 않으면 쇄신파는 '새누리당의 보수 색채를 감추려는 장식품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판을 떠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1년이나 정치판에서 멀어져 잊혀지는 것이 두렵지 않나.
▦잊혀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저 무리에 끼어 '박 전 위원장을 따라가면 뭐가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정치판에 있겠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조금도 없기 때문이다.
-나가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재미있는 일을 했다. 영국 국회의원들의 비용 지출 영수증 70만건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2만여명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열람하고 잘못 보고된 비용 지출 영수증들을 찾아냈다. 마치 게임 같지만 기초정보만 공개하면 국민이 직접 세금이 잘못 쓰인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다. 영국에 가면 그것을 알아보려고 한다. 그 밖에 유럽 각국의 복지와 동반성장, 경제민주화를 돌아보며 생각을 다듬어오겠다.
-박 전 위원장 주변의 내부갈등은 어떻게 보는가.
▦최근 내부갈등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것은 옳지만 마치 자신은 차원이 다른 위에서 아래를 심판하는 것 같다. 다 자기 이름을 팔고 벌어진 일인데 방치하다가 일이 불거지면 박 전 위원장은 다른 입장에서 질책한다. 이런 일을 미리 시스템으로 예방하는 게 진정한 리더십 아닌가. 옛날(박정희 정부)에는 권력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당사자는 의전적인 것만 하면 굴러갔지만 지금은 시스템을 어떻게 짜느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를 보완할 큰 그림을 갖고 있어야 한다. 4월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 유리한 승리 분위기가 두 달 이상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야당의 대권주자가 앞서면 축복해주고 아니라면 연합할 것이다. 야당은 대선 경선의 승자만 살고 나머지는 죽는 식이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