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 회담 결과물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물밑 수읽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6자 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인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이번 회담을 통해 표출됐는지 여부가 싸움의 핵심이다. 한미측은 대체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물밑 접촉이 시도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측으로부터 언급된 내용만 가지고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며 “러시아로부터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북러 정상 회담 이후 러시아가 밝힌 북한의 의도가 불분명해 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해석이 불분명한 것은 북측이 밝혔다는‘핵실험과 핵생산의 모라토리엄(유예)’용의 부분이다. 북러 정상회담 합의 내용엔 “회담 과정에서(in the course the talks) 북한은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돼 있다. 사전적 해석만 놓고 보면 ‘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핵 문제 논의’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 잠정 중단(모라토리엄)’은 한ㆍ미가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제시한 사전 조치 중 하나다. 북한 의중을 좀 더 분명히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빅토리아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의지가 있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6자 회담을 재개하기는 불충분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미 양측은 조만간 러시아로부터 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들은 뒤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 및 향후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우리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를 만났다. 최근의 남북ㆍ북미ㆍ북러간 회담에서 오간 내용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의중 읽기의 물밑 수읽기 싸움 및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2차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