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법정서 한 진술이 맞다"

"의자위에 봉투 놨다"
골프채 전달 과정은 "기억 안난다" 진술 바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검찰조사 당시와는 달리 법정에서 돈봉투 전달 방법 등 잇따라 진술을 바꿨다. 곽씨는 또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는 일제 고가 골프세트 전달 과정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다른 말을 했다. 일부에서는 핵심 쟁점에 대해 곽씨가 진술을 바꾸면서, 검찰이 혐의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공판에서 돈봉투의 전달과정과 총리공관 오찬 당시 상황에 대해 곽씨의 증언이 검찰진술 때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측이 이날 공개한 검찰조서에 따르면 곽씨는 5만달러 공여상황에 대해 “오찬 후 출입문 근처에 둘 다 서 있는 상태에서 드린 것 같은데 어디다 올려놓고 그럴만한 것도 없었던 것 같다"며 "제 기억으로는 한 전 총리에게 바로 건네 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곽씨는 변호인이 “검찰에서 직접 5만달러를 건네줬다고 진술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말했다. 곽씨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한 전 총리 등과 오찬을 한 뒤 인사청탁 명목으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각각 담긴 봉투 2개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곽씨는 재판부가 의자에 둔 것인지 직접 돈을 건넸는지에 대해 재차 묻자, “의자에 놓은 것이 맞다”고 답했다. 곽씨는 자신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것과 관련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며 “법정에서 한 증언이 맞다”고 말했다. 5만달러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될 만한 ‘잘 부탁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진술을 바꿨다. 검찰 조서에서는 오찬 자리에서 한 전 총리가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곽씨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했으나, 전날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는 곽씨 자신을 지칭하지 않고 ‘모두에게 막연하게’잘 부탁한다고 말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고가 골프채 공여 부분과 관련해서도 곽씨는 2002년 8월 21일 당일 한 총리와의 식사자리에 대해서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반면 골프용품가게에서 골프채를 사준 부분만을 기억했고, 실제 골프채 세트를 전달한 과정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는 “곽씨가 총리공관 내실에서 돈 봉투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며 “나무가 아닌 숲을 보게 되면 결론은 자명해 진다”며 여전히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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