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부동산 세무조사로 조사 효과가 반감되는 `항생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항생제를 복용할수록 내성이 강해져 약효가 떨어지는 것처럼 일년에 몇 차례씩 투기조사가 실시되다 보니 투기꾼은 물론 일반인 조차도 세무조사가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처방은 갈수록 강도를 높여야 그 나마 약효를 보는 법. 국세청은 `5ㆍ23부동산대책`에서 3,000여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력을 투입하는 입회조사라는 원시적인 처방법을 내놓았다. 입회조사는 세무공무원이 탈루 혐의가 있는 업소 현장에 직접 나가 상주하면서 매출과 수입금액 등을 파악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는 조사형태. 주로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대형음식점 등 현금위주의 사업장에 실시됐으나 신용카드 사용활성화로 9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국세청이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아날로그식 조사방식을 선택한 것은 세무조사 남발로 통상적인 처방으로는 약발이 먹혀 들지 않는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4차례에 걸쳐 투기조사를 착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엄포`만 날렸다. 중개업소에 대한 기습적인 특별세무조사도 반짝하고 말았고 지금도 행정수도 이전지인 대전ㆍ충청권 투기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지만 투기를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다고 세무 당국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입회조사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투기혐의자에 대한 1대1 밀착감시이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효험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중개업소의 반응은 국세청 기대와는 다르다. 서울 반포동 소재 중개업자는 “세무조사를 받더라도 투기 수익이 추징 세금 보다 많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며 “세무반원이 뜬다 해도 문을 닫고 핸드 폰 영업과 재택 근무를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세무조사 남발과 이에 따른 실효성 약화를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입회조사 외에 더 이상의 강력한 조치는 없다”며 “마지막 카드까지 보여주고도 투기를 잡지 못한다면 국세청 위상까지 실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