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카드수수료에 ℓ당 10원 남아, 수익 거의 없어
-거리제한 폐지 이후 주유소 늘어,‘출혈 경쟁’ 심화
주유소업계가 작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세 주유소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4일 한국주유소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휘발유 기준으로 주유소 평균 매출 이익은 ℓ당 100.94원으로 2011년 대비 23.1원 뛰었다.
유통단계별 판매가격이 집계된 2007년 이후 ℓ당 매출이익이 100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매출이익은 주유소 판매 가격에서 중간 유통상인 대리점에서 공급받는 가격을 뺀 것이다. 휘발유 1ℓ당 100원의 차익이 생기는 셈이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량이 6,971만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매출 면에서는 전에 없는 호황이다.
하지만 규모만 커졌을 뿐 주유소업계의 어려운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특히 영세 주유소의 발목을 잡는 것은 매출이익 대비 1.5%에 달하는 높은 카드수수료다.
휘발유 가격을 ℓ당 2,000원으로 계산하면 매출이익 100원 가운데 카드수수료로만 30원이 떨어져 나간다. 카드 판매량이 전체 90% 이상이어서 이는 업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인건비와 유류 구매를 위한 대출자금 이자,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업주에게 주어지는 돈은 ℓ당 10원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협회 측은 추산했다.
전국 주유소 월평균 판매량이 20만ℓ(자동차 3,000대 분량)인 점을 고려하면 월소득이 2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유소를 직접 소유한 업주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주유소를 빌려 운영하는 이들은 임대료 부담까지 져 사실상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 늘어도 걱정, 줄어도 걱정인 게 최근 주유소 업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열악한 수익구조가 거리제한 폐지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주유소 간 ‘출혈경쟁’이 주원인이다. 한계에 몰린 주유소업계는 퇴출이라는 극약 처방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대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주유소를 소유하면 재벌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며 “포화상태인 주유소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