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1년 앞, 힐러리-줄리아니 2강구도 압축

힐러리, 공화후보와 가상대결 우세… 첫부부·女 대통령 기대
줄리아니, 리더십 뛰어나고 '보수·진보성향' 아우을 빅카드로
"본선 게임까지 아직 시간많아 2004 대선처럼 박빙승부 될것"



제 44대 미국 대통령을 뽑을 대통령선거가 4일로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선거전은 내년 1월3일 공화ㆍ민주 양당의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로 막이 오르지만 백악관 주인을 향한 대선 레이스는 거의 1년 전부터 이미 시작해 과열 양상까지 빚고 있다. 이번 대선의 그 어느 때 보다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는 미 헌정상 첫번째 여성 대통령과 부부 대통령이 배출되느냐 하는 것이다. 또 흑인 대통령의 첫 탄생 가능성도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에 8년만에 정당간 정권 교체가 이뤄질 지도 또 다른 흥행요인이 되고 있다. 미 대선 후보 구도는 올 들어 혼전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으로 압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주자로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힐러리와의 지지도 격차가 15% 포인트 가량 벌어지면서 부통령 후보론이 거론되고 있고,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일찌감치 멀어졌다. 공화당의 경우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이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뒤를 쫓고 있으나, 현재로선 다소 힘겨워 보인다. 워싱턴 분석가들은 이변이 없는 한 미 대선구도는 힐러리와 줄리아니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힐러리는 10월 들어 당내 지지도가 50%를 넘어선 데다 공화당의 양자 가상 대결에서도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첫 부부 및 여성 대통령 배출에 바짝 다가섰다. 힐러리 캠프는 내년 1월3일 첫 코커스와 뒤이을 예비선거를 대세론 확산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본선 경쟁력이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힐러리를 절대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 비율이 30%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은 힐러리의 최대 약점이다. 힐러리가 부시 행정부가 취한 이란 강경책을 지지하는 것도 국방ㆍ외교 현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불식시키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줄리아니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의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도 면에서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지만 매케인과 톰슨의 지지도가 낮은데 따른 반사 이익일 뿐이라는 ‘거품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에다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빅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줄리아니는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뉴욕 시장으로서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원래는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무소속을 거쳐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유로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진보성향이 기독교 보수세력으로부터 ‘공화당 후보 불가론’의 반대에 직면해 있기도 하지만, 그가 공화당 후보로 최종 낙점 된다면 본선에서 보수층과 진보층을 두루 아우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정가의 관측통들은 대선 본 게임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고, 힐러리의 대세론이 아직까지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2004년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연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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