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 손실처리] 정책혼선이 '大宇'를 '大憂'로

재정경제부 금감위 청와대간에 의견조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8일 정책이 발표되고 발표가 잘못된 것을 알고서도 관련부서간의 책임회피로 4일이 지난 11일에야 어정쩡한 형태로 이를 바로잡는데 그쳤다.시장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도리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전말을 확실히 파악해 관련책임자를 문책하고 경제팀의 정책조율과 의사결정방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책조율 있었나 없었나= 재정경제부는 지난 8일 오전 7시30분에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우채권은 투신사, 투신대주주, 증권순으로 손실을 분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투신사와 판매회사(증권사)가 대우채권손실을 자율적으로 분담토록 한다는 금감위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와 금감위는 당국자들은 이같은 내용이 발표되는지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회의전날 재경부가 보낸 사전조율자료에는 단지 거시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자료만 있었고 회의당일에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새로만든 자료에 들어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경부의 발표결과를 보고서 무슨일 인가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도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재경부내의 관련부서인 금융국조차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 경제정책국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 발표를 담당한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관련부서인 금융국과 의견조율을 거쳤다고 해명하고 있다. 재경부 정책국이 금융국과 협의를 하지 않았던지 금융국이 업무를 소홀히 했었는지 진위를 가릴 일이다. ◇장관들의 정책스타일과 협조부재가 문제야기= 경제관료들 사이에는 이번 사태가 촉발한 주요 이유중의 하나가 강봉균(康奉均)장관의 용별술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총애하는 몇몇 인물의 의견만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 독주를 초래하고 부처내부의 정보유통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이 과거의 상관인 康장관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을 발표한 사실을 이헌재(李憲宰)위원장에 보고했으나 그대로 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금감위가 재경부의 잘못을 지적할 경우 부처간 다툼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어 알아서 처리토록 했다는 것이다. 장관들이 국가대사를 다루는 측면에서 원할한 업무협조를 하고 있을 경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안정보다는 면피가 우선= 정부가 발표내용이 잘못된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 8일 12시경. 청와대 금감위 재경부 당국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그러나 정부는 잘못을 당장 바로잡기보다 적당히 희석시키기로 작정했다. 금융관련 당국자들이 개별적으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가 잘못 전달 됐다」 「한번만 봐 달라」고 적당히 넘어가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래도 8일 발표가 관계부처장차관이 참석한 공식회의결과를 발표한 내용이라 공식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쩔수 없이 11일 차관회의를 열어 이를 수정했다. /최창환기자 CW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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