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학생 70% 끊긴 수련원 폐업 직전… 카페리호 객실도 절반 이상 '텅텅'

■ 관광업계 '시름의 성수기'

세월호 참사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실물경기에도 큰 타격을 줬다. 특히 연안여객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줄었고 수학여행 같은 대규모 학생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청소년 수련시설들은 폐업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와 탑승객이 가장 많았던 안산 지역은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주민들이 큰 시름에 빠져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예년 같으면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접어들며 서해와 남해 곳곳의 여객선터미널이 관광객들로 북적댔겠지만 올해는 사람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되레 한산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서해 백령도의 경우 4~5월 행락철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300여명의 관광객이 백령도를 찾지만 사고 이후에는 50~70명으로 크게 줄었다. 연평도와 덕적도를 찾는 관광객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0% 이상 감소했다. 여객선업계나 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평도에서 민박을 하는 한모(56)씨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섬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여름장사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선에 대한 불안감은 부산과 일본을 잇는 국제항로도 마찬가지. 지난 5~6월 승객 수가 전년 대비 60~70% 감소했다. 쾌속선의 경우 최근 저가 마케팅 등에 힘입어 승객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월호와 같은 형태의 대형 카페리호 노선은 여전히 객실 절반 이상을 비워둔 채 운항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단체로 묵는 수련시설은 예약률이 지난해보다 70%가량 줄었고 특히 경기도권에서 취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관계자는 "세월호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수학여행이 재개되려면 학부모 80%가 동의해야 하는데 잘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진도와 안산 지역 경기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휴가철이면 인근 관매도로 들어가려는 관광버스가 항구 주차장을 가득 메웠지만 요즘 진도 관내를 돌아다니는 관광버스는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뿐이다. 모내기를 마치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기라 이맘때면 진도 주민들도 단체로 전세버스를 빌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안산 지역 상인들도 하루빨리 경기가 되살아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안산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노모씨는 "안산에서는 제2의 IMF라고 한다"며 "주말에도 빈 차로 다니는 시간이 허다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산 고잔동의 한 미용실 주인은 "세월호 참사 때 반짝 장사가 안 될 거라 생각했지만 매출이 절반으로 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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