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IMF 환란조사 특위는 12일 경제위기와 환란위기를 초래한 관계기관과 증인·참고인에 대한 신문결과를 토대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초안을 마련, 보고서 작성 소위에 회부했다.◇외환위기 원인= 특위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원인으로 관치경제와 정경유착 결과, 경제 전반에 걸쳐 각종 특혜와 비리가 만연하고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가 고착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된 점을 꼽았다.
또 90∼96년 487억달러의 경상수지 누적 적자에 따른 총외채 규모가 92년말 428억달러에서 97년 11월말 1,569억달러로 급증하고, 특히 1년 미만 단기외채가 총외채의 63%(97년 6월말 현재)를 차지할 정도로 극히 불건전한 외채구조를 보임에 따라 한꺼번에 몰린 상환요구에 대응력을 상실했다고 특위는 지적했다.
특위는 이런 구조적 요인 외에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책임을 물었다.
특위는 환율정책의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97년 들어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환율상승 압력을 적절히 수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자본수지 흑자 기조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위한 정치적 고려로 원화의 평가절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것이다.
특위는 무엇보다도 97년 초부터 시작된 대기업 연쇄부도 사태와 이로인한 금융시장 불안의 심각성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책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국정파악 능력 부족과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 총재,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 책임자들의 실력 부족과 안이한 판단, 그리고 金전대통령이 비공식 보고라인을 통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할 정도로 위기관리를 위한 체계적 국정운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환란의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특위는 기업에 대해서도 중복·과잉 투자와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대규모 부실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분식결산,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재벌총수의 독단적 경영행태 등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스스로 상실, 대외 신인도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은 관치금융의 우산 아래 수익성을 무시한 외형성장에 치중해 왔고 대기업 위주의 편중여신과 부실 대출심사는 물론 리스크 관리를 등한시함으로써 금융부실을 자초했다고 특위는 질책했다.
특위는 정치권의 경우 은행의 대출결정, 주요 국책사업 결정과정 등에 개입함으로써 정경유착을 심화시켰고 정치논리에 따라 특정 지역에 혜택을 부여,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동법의 전면 개정이 시급했음에도 불구, 당리당략에 초점을 맞춰 이를 추진해 결과적으로 노동법이 왜곡돼 국가경쟁력제고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종금사 인허가 남발 및 감독소홀= 총 30개의 종금사가 난립, 부실 및 파산의 원인이 됐고 종금사 대부분이 무리하게 외환업무를 확대, 97년초부터 일부 종금사가 외화차입 및 상환불능 상태가 되면서 외환위기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투금사에도 변칙적으로 전환을 허용, 불법로비 없이는 전환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며 재경원 감독책임자들이 종금사에 대한 감사를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한보 등 산업 및 수출정책의 잘못= 기업 구조조정 등 산업정책 추진이 부진한데다 대규모 사업투자에 대한 정부의 장기수급 전망이 미흡, 경쟁적인 중복·과잉투자를 초래했다. 기아에 대한 산업은행 출자전환 방침 발표로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지고 심각한 외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PCS사업에 대한 정치권 인사 개입과 중복·과잉 투자로 97년 5개 사업자의 적자규모는 총 8,000억원에 달하고 장비시설 도입, 기술료 지불 등으로 막대한 외화가 유출됐다.
◇특위 시정대책 건의사항= 당면 외환위기 조기극복을 위해서는 조기경보시스템의 구축, 국정보고체계의 정상화, 금융기관의 신용평가기법 개발, 국제자본시장 교란 등에 대한 적기 대응체제 구축, 대외채무 관리대책, 적정 외환보유고 유지, 경상수지 개선대책 강구, 종금사 등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기업회계의 투명성 제고 및 불합리한 관행 척결, 기업퇴출제도의 정비, PCS사업의 합리적 조정대책 강구, 불법계좌추적의 시정 등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장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