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위원으로 강등된 사실이 9일 확인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3·8 국제부녀절 중앙보고대회 소식을 전하며 보고자로 나선 최룡해 당비서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소개했다.
최 당비서는 지난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중앙보고대회 당시 공식 매체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호명돼 최근 상무위원에서 위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노동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 상무위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비서 3명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최 당비서의 강등은 지난달 18일 개최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 공식 매체는 이 회의에서 ‘조직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혀 주요 당직 인사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최 당비서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위원으로 추락한 것은 최근 북한 공식 매체의 호명 순서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에 밀린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최룡해 당비서는 작년 10월 이후 공식 매체에서 줄곧 황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됐으나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황 총정치국장 바로 다음에 호명됐다.
이 때문에 황 총정치국장이 상무위원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공식 매체는 아직 황 총정치국장을 상무위원으로 호명한 적은 없다.
작년 10월 이후 승승장구하는 듯하던 최 당비서가 최근 강등된 것은 북한이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구축하고자 특정 인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최측근들 사이에 권력을 적절히 배분해 균형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제2의 장성택’의 등장을 방지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13년 말 장성택 숙청 이후 최룡해 비서가 김정은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해왔지만 북한이 정치적 안정을 되찾으면서 그의 위상을 다시 낮추고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