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진로 갈수록 '안개속'
부평공장 7일째 멈춰, 일부협력사도 문닫아
현대사태가 한 고비를 넘기자 '대우'(大宇)가 '대우'(大憂)로 다가오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주력공장인 부평공장의 가동이 17일로 일주일째 전면 중단되면서 결국 2차 협력업체인 (주)세아튜빙 부평공장이 공장을 폐쇄하고 우려했던 부품업체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 감원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은 한치의 진전도 없어 오는 12월 초로 예상되는 법정관리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우차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끝내고도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미국 GM이 이날 '분할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우차의 향방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심화되는 부도파장=대우차와 인천시에 따르면 세브레이크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세아튜빙사는 지난 15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대우차 부도로 인한 자금난으로 부평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종업원 90여명에 지난해 64억원의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부평과 군산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부평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또 철강제품과 플라스틱을 납품하는 포철과 LG화학 등 대기업들도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해 대우차의 가동중단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전한 노사갈등=회사측은 정리해고보다는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사간 입장차가 워낙 커 애를 먹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을 네번(보너스 2회 포함)이나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 구조조정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 채권단 노사간 4자기구에서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9,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3,500명 인력감축 포함)을 강화해 이달 하순에 추가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가 우선 사업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한다며 강력반대하고 있어 12월 초로 예상되는 법정관리 개시판정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법 민사11부 이윤승 부장판사는 16일 "노사 마찰로 조업중단이 장기화되면 개시결정의 핵심 판단요건 중 하나인 갱생가능성면에서 법원의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진전없는 매각협상=GM은 최근 대우차가 포드에게 제출했던 서류를 기반으로 예비실사를 끝내고 미국본사와 싱가포르 아시아본부에서 정밀실사를 준비하고 있다.
GM과의 매각협상은 연말께나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GM이 대우차 창원·군산공장등 경쟁력 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분리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우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GM과 피아트 최고 경영진들이 대우차 분리 인수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다.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는 디트로이트 GM 본사에서 로베르토 테스토레 피아트 자동차 사장과 만나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GM이 미국계 투자은행인 슈로더 살로먼 스미스 바니로부터 권고에 받고 대우차 전체를 인수하는 것보다 공장과 자산을 선별해 인수하는 데 흥미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상황이 상당히 바뀐 만큼 GM의 인수전략이 변경된다고 보는 편이 확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광본기자 khgo@sed.co.kr입력시간 2000/11/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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