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460개 지역 8,332만평에 대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거나 관리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지난 95년 5억3,000여만평을 해제한 뒤로 최대 규모인 이번 조치는 군사작전의 변화나 주민민원 해소 차원에서 취해진 바람직한 조치이다. 더욱이 정부는 해제 및 완화 조치와 동시에 전국 36개 지역 1,001만평을 새로 군사보호구역으로 편입해 사유지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동안 군작전 지역이라는 이유로 건물의 신축이나 증축이 안돼 애태우던 지역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볼 때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라 하겠다. 특히 지난 72년 군사시설보호법이 제정된 이래 개발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해야 했던 개발업자나 인근 주민들은 심지어 군 부대 등에 뇌물까지 주고 건물 신축허가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만큼 군사보호구역의 축소는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일부 개발예정지를 중심으로 부동자금이 몰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투기조짐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꼭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군사보호구역을 손댔어야만 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난해 10.29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있다지만 최근 정부의 갖가지 부동산개발에 관한 발표는 4.15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뭉칫돈이 노리고 있던 토지시장을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봐야 한다. 군사보호구역해제는 면적의 크기나 지역의 광범성으로 인해 자칫하면 불붙는 투기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적이 걱정이다.
오는 4월 있을 경부고속철도 개통은 어차피 예정된 사안이지만 오는 2007년에 착공한 뒤 2012년에나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시작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신국토구상`이 느닷없이 발표된 것 등은 총선용 선심정책으로 의심을 살만하다. 특히 자연보호구역(그린벨트)의 부분적인 해제와 신도시 건설 계획 등도 부동자금을 유혹하기에 충분한데 군사보호구역까지 이 시기에 해제한다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토지시장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해치고 투기에 이용될 소지가 있는 정책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쾌적한 환경이 개발이익보다 소중하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마을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도 개발제한 완화만이 주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개발만능식 발상에서 탈피할 때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