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감·전자제품 등을 정상가격보다 80~90% 싸게 파는 새로운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지만 암시장 활성화, 재정부담 가중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메리크리스마스 계획'을 개시해 장난감·전자제품·의류·신발·음식·컴퓨터 등 6개 품목의 물가관리에 들어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직접 운영하는 장터에서 정상가보다 80~90%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팔 뿐 아니라 감독관 2만7,000여명을 전국 각지로 보내 상점들이 물건을 '공정가격'으로 판매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비 인형은 베네수엘라에서 이달 들어 250~550볼리바르(암시장 환율 기준 약 2.5~5달러)에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 보통 바비 인형 가격은 25달러이다. 노트북 컴퓨터 가격도 8,300볼리바르(약 75달러)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마두로 대통령이 6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힘든 경제여건으로 돌아선 민심을 잡기 위해 '메리크리스마스 계획'을 실행했다고 분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조치를 시행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연말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 여론조사 업체 다타나리시스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도 이러한 물가관리가 정부 지지율을 올리는 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메리크리스마스 계획'이 베네수엘라의 시장체계를 교란하면서 암거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가 들어오기 무섭게 동나버리는 제품의 상당수는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되고 있다. 또 수입제품을 싸게 팔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원유가 하락으로 바닥을 드러낸 국가재정과 외환보유액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메리크리스마스 계획'은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의 강점과 모순을 축약해 보여준다"며 "이는 뻔뻔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공재를 사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