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좋아하면 다친다~



테마주 좋아하면 다친다~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관련기사 • 청약시장, 입지 좋고 전매 가능해야 'OK' • '귀하신 몸' 랜드마크 아파트 • 집 잘 파는 5가지 노하우 • "임대주택 잘 구하려면 이렇게" • 저소득층 전세자금 대출 4,900만원까지 확대 • 고수들이 말하는 분산투자 노하우 • 맞벌이부부, 중대형 아파트로 늘려가려… • 테마주 좋아하면 다친다~ • 20억원짜리 아파트 15억원에 살 수 있다? • '몰빵' 속앓이 말고 내몸에 맞는 분산투자를 『 나 테마주야. 오랜만이지? 그동안 좀 뜸했다가 다시 돌아왔어. 요즘 대선 테마주니, 태양광 테마주니, 지주사 테마주니 하는 얘기 들어봤지? 사실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이 드러나고 줄기세포 테마주가 폭락하면서 이후에 잠잠했었거든. 쓴맛을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식이 크게 안 좋아져서 나도 운신의 폭이 좁았었지. 근데 최근 들어서 그때 아픔이 좀 잦아 들었는지 시장에서 날 다시 불러 주더라구. 봤지? 나 요즘 꽤 잘나가는 거. 특히 태양광 테마는 하도 열기가 뜨거워서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까지 관련 기업 주식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중이야. 11월 중에는 금융감독위로 통보도 한다는군. 하지만 난 걱정안해. 이런 일 한 두 번 겪나. '이놈의 인기'는 그래도 식질 않거든. 하루가 멀다 하고 에너지와는 무관한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 진출한다고 앞다퉈서 공시를 내고 그러잖아. 내 인기와는 무관하게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알아. 특정 테마주가 한번 뜨면 거기 속한 기업들이 무섭게 올랐다가 결국 거품이 꺼지면 폭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게다가 테마주에 묶인 기업들이 사실은 알고 보면 그 테마와 그다지 상관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지. 테마주 좋아하다 다친사람 많아. 그러나 내가 '반짝 스타'인 거 같지만 이래 봬도 꽤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어.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볼까. 속쓰린 사람들 많겠지만 말이야.』 ● "유행따라 명멸…대부분 비극으로 끝나" 70년대 후반 건설주부터 최근의 태양광·대선주까지 시대따라 겉옷 바꿔입는 '사고와 욕심의 쏠림' 현상 가치주로 살아남은 종목 극소수…맹목투자 말아야 증권가에서 거의 20년을 일해오신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님이 그러셨어. “한국 주식의 역사는 테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그 정도로 한국 주식시장의 고비고비에서 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지. 테마주의 시초는 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그때 처음 많은 투자자들이 참가했던 테마주 다운 테마가 만들어졌어. 당시 이슈는 건설주 테마였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건설 붐이 일던 시기에 해외 진출 건설사에 대한 묻지마 주식 투자가 이뤄진거지. 건설회사 사장이 중동행 비행기표를 끊었다는 소문만 있었어도 그 회사 주가가 올라갈 정도였대. 건설주 테마는 한 1년 반 정도 지속됐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건설사들이 해외진출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고 결국 78년 후반부터 주가가 무섭게 빠지기 시작했어. 사실 그때는 테마보다는 ‘파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는군. 그만큼 말로가 좋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가 86년 후반에는 금융ㆍ건설ㆍ무역 트로이카가 있었어. 앞으론 일시적인 남북화해 무드를 타고 건설물량에 대한 기대가 컸고 앞으로 금융, 무역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분위기였어. 한 2년간 지속됐던 테마였는데 보험ㆍ증권ㆍ은행주들이 그 기간 동안 수십배가 올랐다는군. 그러나 89년 말부터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세금 빼고 빚내서 주식 샀던 사람들이 증권사 객장에서 자살시도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랬어. 그러다가 92년에 외국인에 대한 주식투자가 허용되자 ‘저PER 주’가 유행 했지. 외국인들이 처음 들어와서 산 종목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 주식이 아니라 태광산업ㆍ대한화섬 등 중견기업이었는데 우리한테는 너무 생소한 PER(주가수익비율) 개념을 이용했어. 이에 매료된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저 퍼(PER)주’를 과하게 사들 였었지. 94년에는 블루칩이 테마가 되서 한참 유행을 탔지. 지금으로 치면 업종 대표주인 셈인데 이때부터 삼성전자ㆍ포스코(포항제철)ㆍSK텔레콤이 두각을 나타냈어. 과거 테마주들은 사실 요즘 테마주와는 느낌이 살짝 다르지? 과거에는 워낙 종목도 많지 않았던데다가 주식시장도 지금처럼 발달한 게 아니어서 커다란 테마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곤 했어.그때는 언론에서도 ‘올해 주목할 5대 테마’,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올 만큼 주식시장의 대세라고 할 수 있었지. ◇90년대 중반부터 본격 테마주 시대 열려 95년 이후가 본격적인 테마주의 시기라고 할 수 있지. 과학기술의 발달, 종목의 다양화, 코스닥 시장의 개장과 맞물려 온갖 테마와 작전이 난무하는 시대가 열렸지. 지금 들어보면 참 황당한 것도 많아. 매연저감장치 테마, 냉각캔 테마, 생명공학 테마, 중국놀이동산 테마, 광학기술 테마, 보물선 테마 등등. 이를 테면 이런 거지. 중국에 놀이동산을 만드려는 회사가 있는데 중국에 인구가 얼마냐, 이 사람들이 일년에 한번만 와도 대박 터진다는 논리로 주가가 뻥튀기 되기도 하고, 한 벤처회사는 소련의 광학기술을 수천만원 주고 들여왔는데 시가총액은 100억이 늘어나는 등 지금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이 많았어. 특히 99년부터는 IT붐이 전세계적으로 일면서 투자자들이 IT 벤처 기업에 열광하던 시기가 도래했지. 오죽하면 강남 나이트의 웨이터 이름이 ‘닷컴’이었겠어. 투자자들은 객장을 찾아서 무조건 코스닥 주식을 사들였고 적자나는 기업도 주가가 수십, 수백만원까지 올랐지. PER이 수백배는 양반이던 때야. 이때는 이름에 ‘~텍,‘e~’이 안들어 가면 거들떠도 안보는 시절이었지. 정준범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그때는 투자자들이 코스피는 시시하게 생각하고 코스닥이면 무조건 오케이 하던 시절이었다”고 증언하더군. ◇ 테마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과거의 테마주들은 이제 주춤하고 최근에는 연예인, 태양광, 생체인식, 나노,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 무선태그(RFID), 바이오 등이 뜨고 있어. 수없이 많은 테마주가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어떻게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명확히 설명하긴 힘들어. 각 증권사 마다 홈트레이팅시스템(HTS)에 테마주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올려놨지만 그 어디에도 대선 테마주는 없거든. 그런데도 버젓이 대선 테마주가 활개를 치잖아. 한때 모 증권사의 투자정보 담당자는 수첩에 200여 개의 테마가 적혀있었다고 해. 국내 한 증권사에서 테마주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설명하길, 비가 많이 온 이후에는 복구 업체 및 관련 제품 생산업체를 주목하라는 식의 ‘장마 테마주’, 이라크 전쟁이 난후 바로 군수장비 및 방송회사와 관련 ‘전쟁 테마주’가 뜨는 식으로 테마주가 생성ㆍ소멸하기도 한다고 해. 그러나 절대로 특정 세력의 힘만으로 나를 만들어 낼 수는 없어. 이종우 센터장은 “테마는 시장에서 만들고 시장에서 사라진다“고 설명해. 선진국이라고 내가 없는 게 아니야. 테마주는 영어로 하면 성장형 개념 주식(growth concept stock)이라고 할 수 있어. 신기술의 개발이나 패러다임의 변혁 시기에 그 개념을 반영하는 기대되는 주식이라는 점에서 테마주와 개념이 유사하지. 미국 사람들도 60년대 이런 테마주가 유행할 때는 ‘~오닉스’,‘ ~트로닉스’로 이름만 바꿔도 주가가 오르곤 했대.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비슷해.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인간의 사고와 욕심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시대마다 겉옷을 바꿔가면서 나타난다”고 말했어. 멋진 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황당무계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럴듯 하니까 그 테마에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는 거지. 마찬가지로 지금 상당히 가능성 있어 보이는 테마주도 훗날 “우리가 왜 그때 그렇게 맹목적이었나“하는 때가 있을 꺼야. ◇ 살아남는 테마주는 5%도 안돼 테마의 말로는 대부분 비극이었지. A&D테마의 대표주자였던 리타워텍은 한때 주가가 36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결국 4개월만에 16만원짜리로 20토막이 났지. 테마로 몇배씩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대부분 온데 간데 없거나 회사이름을 바꾸고 껍데기만 연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 멀리 갈 것도 없이 2005년 무더기 상한가를 치던 줄기세포주들도 논문 조작이 밝혀진 이후로 사경을 헤매고 있지. 물론 테마주라고 무조건 망하는 것은 아니야. 지금 잘 나가는 NHNㆍ다음ㆍ인터파크 등도 초기 단계에서 IT기업으로 나름대로 내 영역에 포함돼 있던 회사들이지. 그러나 다른 기업들은 거품 붕괴과 함께 사라졌지만 성장주에 해당하는 이 회사들은 가치주로서 살아 남았지. 벤처기업이 영속기업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5%밖에 안된다고 잖아. 지금 바이오 테마주니 태양광 테마주니 하는 기업들도 몇년 후에 HTS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몇 안 될 꺼야. “산업이 성장하는 것과 특정 회사가 그 성장의 주역이 돼 투자자가 그 과실을 누릴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최재식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주식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회사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점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한다는 게 주식시장의 속성이 있지. 그러니까 난 주식시장이 있는 한 영원히 살아는 있을 꺼야. 물론 다음엔 다른 모습을 하고 나타나겠지만. 입력시간 : 2007/11/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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