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美리먼브러더스서 첫 발… 20년간 글로벌 금융회사 두루 거쳐
2000년대 UBS 서울지점대표 시절 외국계 기업 중 주식중개 줄곧 1위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보탬 되고자 한국 인재들 세계무대 진출 도울것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 건물 15층에 있는 하나UBS자산운용의 사무실은 로비를 사이에 두고 두 개 공간으로 나뉜다. 한쪽 벽면엔 하나UBS자산운용, 또 다른 한쪽 벽면에는 UBS하나자산운용이라 쓰인 로고가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합작회사로 양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운영되는 회사의 이미지가 로비에서부터 강하게 풍긴다.
이 같은 파트너십의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진재욱(44ㆍ사진)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다. 지난해 1월 진 대표는 '하나UBS자산운용의 현지화'라는 특명을 받고 안드레아스 노이버 초대 대표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진 대표는 취임 후 가장 큰 변화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국적 문화에 동등한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외국계 문화가 적절하게 배합된 '퓨전 운용사'로 거듭났다"는 점을 꼽았다. 진 대표가 미국에서 대학 시절 즐겨 요리했던 '고추장 스파게티'처럼 말이다.
11일 서울 여의도공원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하나UBS자산운용 본사 접견실에서 진 대표를 만났다.
진 대표는 지난 1991년 미국 뉴욕의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하면서 금융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크레디트스위스ㆍ슈로더 등을 거쳐 1997년 UBS에 합류하기까지 20여년을 전세계 금융 중심지에서 활동했다.
세련된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삼겹살보다는 스테이크가 익숙할 것 같지만 진 대표는 "감자탕도 먹을 줄 아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황당하다"고 했다. 그 스스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정체성이 적절하게 배합된 퓨전형 인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1983년 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버지니아대학을 졸업했다.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를 두루 거쳤지만 그의 전공은 경영이나 경제와는 거리가 먼 국제외교학이다. 가족 중에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 진 대표가 금융업계에 몸담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한국과 미국 문화를 두루 접한 그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가 금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199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코카콜라부터 BNY멜런은행, P&G까지 제가 아는 거의 모든 회사에 원서를 냈습니다. 첫 직장은 미국의 1위 제약사인 머크앤컴퍼니였습니다. 좋은 회사였지만 영어와 한국어 2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동ㆍ서양의 문화를 두루 이해할 수 있는 제 장점을 활용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리먼브러더스에서 저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 채용해줬습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때였는데 저의 다문화적 소양을 높이 평가한 거죠."
금융 업계 경력이 전무했던 그가 리먼브러더스ㆍ슈로더ㆍ크레디트스위스ㆍUBS 등 굴지의 글로벌 금융기업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융의 근간은 인간이라는 그의 소신 덕분이었다. 진 대표는 "금융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trust)"라며 "경제학이나 통계학ㆍ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그는 2002~2004년 UBS 서울지점 대표로 근무하던 시절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한국 주식 중개 실적 1위 자리를 한번도 놓치지 않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후 UBS증권 대만지점 대표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1년 만에 대만 주식매매 중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이 같은 실력을 인정 받아 2006년 40세의 나이에 UBS 아시아 주식매매 중개부문 최고 책임자인 'UBS 투자은행 아시아 주식영업부문 총괄대표'직에 올랐다.
수백명의 직원을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의 금융업계 인재들에게 해외 금융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진 대표는 "한국의 인재들에게 아시아,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인재들이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 대표는 UBS증권 한국지점 대표로 근무할 때 10여명의 직원을 아시아지역 본부와 뉴욕ㆍ런던 등 금융중심지로 보냈고 하나UBS운용 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2명의 직원을 홍콩과 싱가포르로 파견을 보냈다.
진 대표는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우수한 인재에서 찾았다. 진 대표는 "한류가 전세계 문화 코드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한국이 세계적인 금융 강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우리의 우수한 금융인재들을 바탕으로 활용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이면 진 대표가 하나UBS자산운용 사장으로 취임한 지 만 2년이 된다. 진 대표는 "한국은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로 장수사회를 대비한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며 "취임 직후부터 준비해온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시하고 인프라펀드ㆍ부동산펀드 등 각종 대안 투자 상품 라인업을 짜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열리는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진 대표는 "대안투자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롱쇼트전략의 펀드를 우선 선보이고 UBS글로벌 운용의 대안투자 부문인 A&Q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 싱글 전략 헤지펀드부터 재간접 헤지펀드까지 라인업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진재욱 대표는
▦1967년 서울 ▦1990년 미국 버지니아대학 졸업 ▦1991~1994년 리먼브러더스 IBㆍ채권 애널리스트 ▦1994~1996년 슈로더 아시아 주식 세일즈 ▦1996~1997년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주식 세일즈 담당 ▦1997~1999년 UBS증권 서울지점 주식영업총괄상무 ▦1999~2002년 UBS증권 주식영업 아시아지역본부장 ▦2002~2005년 UBS증권 서울지점 공동대표 ▦2005~2006년 UBS 증권 대만지점 대표 ▦2006~2009년 UBS 투자은행 아시아 주식영업 글로벌 대표 ▦2010년~현재 하나UBS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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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매개체"
진재욱 대표 "월요일마다 직원들과 '나가수' 얘기 나눠"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는 그를 키운 8할이 음악이라고 했다.
"소니 워크맨 하나만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느꼈던 7080세대예요. '2시의 데이트'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당대 최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며 꿈을 키운 세대죠."
진 대표는 한국에서는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의 음악을 들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고 지난 1983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는 한국의 대중가요로 향수를 달랬다. 이문세의 해바라기, 구창모의 희나리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고국을 떠올렸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밴드활동을 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보컬도 했고 기타ㆍ키보드 등 각종 악기를 다뤘다. 진 대표는 "한때 가수가 될까 생각해보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노여움만 사고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음악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금융업은 타 업종보다 독창성과 젊음이 필요한 곳"이라며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매개체로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티아라와 2NE1ㆍ2PMㆍ원더걸스 등 최근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출퇴근 시간 그의 차에서는 늘 최신 유행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의 '나는가수다'다. 진 대표는 "굳이 아이돌 그룹 음악을 듣지 않아도 리메이크된 옛날 노래를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며 "요즘은 월요일이면 직원들과 '나가수'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워크숍에서는 '하나UBS 나가수'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진 대표가 강수지의 '보라빛향기'를 클릭비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불러 20~30대 여직원들 사이에서 '오빠부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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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장 1월호펀드' 40년 운용
<現 '하나UBS대한민국1호 주식형펀드'>
국내 자산운용업 역사이자 산증인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UBS자산운용은 글로벌 금융그룹인 UBS가 하나대투증권의 자회사였던 대한투자신탁운용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지난 2007년7월 조인트 벤처로 정식 출범했다. 자산운용 규모는 국내 6위(국내 주식형펀드 운용자산 규모 기준)다.
대한투자신탁운용까지 포함하면 하나UBS 운용의 역사는 국내 자산운용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대한투자신탁운용은 1977년 한국투자개발공사가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으로 해체되면서 공사로 분리돼 증권투자신탁 업무를 물려받아 탄생한 회사다. 2000년에 각각 대한투자증권(증권)과 대한투자신탁운용(운용)으로 분리됐고 2005년 하나은행에 인수됐다. 이후 증권사는 하나대투증권으로 사명을 바꿨고 대한투자신탁운용은 UBS와 하나금융그룹의 합작운용사로 새로 출범했다.
국내 펀드 역사의 산증인답게 하나UBS운용에는 40년 넘게 운용된 국내 최초의 펀드가 있다. 1970년 5월 설정 당시 '안정성장 1월호'로 출발한 이 펀드는 현재는 '하나UBS대한민국1호 주식형펀드'로 이름을 바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펀드의 설정 후 누적수익률은 지난 10일 기준 471.73%에 달한다.
하나UBS운용은 외국 자본과 토종 자본이 결합한 몇 안 되는 합작 금융사로 40여년간 토종 펀드 시장을 일궈낸 국내 인재와 선진 금융을 익힌 글로벌 인재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 경영권을 쥐고 있는 UBS가 선진 금융 시스템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면 하나금융그룹은 한국의 토착금융기업으로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함께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와 마케팅 플랫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나UBS운용이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력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지원 활동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인력과 글로벌 인력, 토종 자본과 글로벌 자본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하나UBS운용이야 말로 다문화사회의 가치를 실천하는 조직"이라며 "이 같은 기업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로 구성된 지구촌 어린이 합창단을 지원하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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