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웅재 기자의 헬로 100세시대] 산재급여·교통사고 배상금 받으면 국민연금액 줄어든다

전액 중복 보상땐 다수에 혜택 골고루 못 돌아가
장애·유족연금 반만 주거나 1~60개월 지급정지

산업재해 등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면 장해·유족급여가 나온다. 국민연금 가입자나 유족이라면 장애·유족연금도 탈 수 있지만 연금액은 평생 반으로 깎인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 같은 '중복급여의 조정'을 받는 수급자는 지난해 12월 4만4,768명에 이른다. 조정은 근로기준법·선원법·어선원재해보상보호법에 따라 장해·유족·일시보상 등을 받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50대 근로자 A씨는 2013년말 작업 중 손가락이 롤러에 끼는 산재를 당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 6급,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매달 산재 장해보상연금(약 14일치 평균임금)만 타다가 지난해 11월부터 국민연금에서 반이 깎인 33만원가량의 장애연금이 추가됐다. 지난해 10월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50대 건설근로자 B씨의 아내도 매달 산재 유족보상연금과 함께 반쪽 유족연금(월 13만여원)을 타고 있다.

산재보상보험과 국민연금에서 동일인에게 같은 사유로 2개의 급여를 전액 지급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다만 일률적으로 반을 깎지 않고 독일처럼 급여 합산액의 수준에 따라 조정률을 달리 하는 등 좀 더 합리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제3자의 잘못으로 교통사고나 폭행·살인 등을 당해 손해배상금·합의금을 받으면 최장 5년간 장애·유족연금이 전액 지급정지된다. 초과·중복보상 방지 차원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부딪혀 장해를 입은 C씨는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1억원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에 월 28만여원의 장애연금 지급도 청구했는데 지난해 8월 '24개월 지급정지' 결정을 받았다. 정지기간 24개월은 합의금 중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C씨가 벌 수 있는 소득(일실이익·逸失利益) 8,000만원을 통계청의 4인가족 월평균 소비지출액 327만여원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지난 6월 고속도로 주행 중 상대방의 운전과실로 숨진 D씨의 아내도 합의금 2억5,000만원을 받아 월 23만원의 유족연금이 32개월간 지급정지됐다.

최근 3년 간 이런 이유로 1~60개월간 연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약 3,100명에 이른다. 평균 지급정지기간은 35개월, 지급정지된 장애·유족연금액은 월평균 25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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