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이 미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환경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검사 조작 장치를 장착한 사실이 들통 나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 정부도 해당 차량에 대해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주 내로 폭스바겐코리아와 만나 검사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한두 달 내에 검증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5종의 차량 중 2014~2015년형 '파사트'와 2009~2015년형 '비틀'은 국내에 시판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2009~2015년형 '골프'와 '제타', 아우디 'A3' 등 3종이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19일(현지시간) 2.0 TDI(터보직접분사) 디젤 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4개 차종과 아우디 1개 차종이 차량검사 때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별도의 차단장치 소프트웨어를 임의 설치했다며 총 48만여대를 대상으로 리콜 조치를 명령했다.
EPA에 따르면 폭스바겐 차량의 실제주행 때 배출한 질소산화물 양은 검사 때보다 최대 40배가량 많았다. 검사 때에만 배출 통제 시스템을 가동시키고 평상시에는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 눈속임을 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가동시키지 않으면 차량 출력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일 미국 내에서 이 엔진을 장착한 2015년형 차량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번 혐의가 사실로 판정되면 폭스바겐은 최대 180억달러(한화 약 21조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법규가 유럽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된 미국형 차량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면서도 "한국 내 판매 제품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독일 본사에 문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코리아와 아우디코리아는 각각 3만719대와 2만7,647대를 팔아 3~4위를 차지했다. 디젤 차량 인기의 최대 수혜를 입은 폭스바겐그룹이 가장 자랑하던 디젤 엔진 문제로 리콜을 받게 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미지 타격은 물론 판매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