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를 휩쓸었던 지난해 미국의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만큼 연습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들어 6번째 대회인 미국LPGA투어 긴 오픈(총상금 260만달러).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리유니언의 리유니언골프장(파72ㆍ6,505야드)에서 끝난 이 대회는 전날까지만 해도, 아니 경기 끝나기 30분 전만 해도 멕시코(로레나 오초아) 또는 영국(로라 데이비스) 선수가 우승할 듯 했다. 그러나 오초아와 데이비스가 거짓말처럼 막판에 몰락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미국의 신예 브리타니 린시컴(22)이 우승 트로피를 꿰찼다. 린시컴은 악천후로 82명 중 78명이 오버파를 작성했던 이날 이븐파 72타로 잘 견디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우승상금 36만 달러를 차지했다. 린시컴은 올들어 6번 열린 미국LPGA투어 대회에서 탄생한 5번째 미국인 우승자. 개막전인 SBS오픈 우승자 폴라 크리머 이후 스테이시 파라마나수드(필즈오픈), 미건 프란셀라(마스터카드 클래식), 나비스코 챔피언십(모건 프레셀) 등으로 이어져 온 미국인 우승 바통을 이어 받았다. 외국인 우승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전에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했던 로레나 오초아 한 명 뿐.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악천후가 미국인 우승을 도왔다. 전날까지 사흘연속 같은 스코어를 내며 공동선두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오초아와 데이비스가 각각 5오버파, 7오버파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 ‘승부욕’의 대명사 오초아는 13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15, 16번홀 연속 보기, 18번홀 더블보기로 버디 없이 뒷걸음질만 쳐 연장전 기회도 놓쳤다. 데이비스는 마지막 3개 홀에서만 5타를 잃었다.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한 뒤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한 것. 이들이 평소와 달리 속절없이 무너진 것은 시속 66km에 이른 강풍이 코스에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폭우 때문에 3시간 가량 경기가 지연되기도 하면서 코스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이에 비해 린시컴은 “파만 지키겠다”는 작전으로 일관, 뜻밖의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해 HSBC매치 플레이(우상승금 50만달러)에 이어 통산 2승째로 큰 대회만 골라 정상에 오른 셈이 됐다. 한편 ‘코리아 군단’은 역전우승은 못했으나 5명이 톱 10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특히 2005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김주연(26ㆍKTF)이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박세리(30ㆍCJ)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라 US여자오픈 이후 38개 대회 만에 처음 ‘톱 10’에 진입했다. 올들어 이 대회 전까지 4번 출전해 단 한번 컷 통과했던 김주연으로서는 우승만큼 값진 결과다.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쳐 유일하게 언더파를 작성한 이미나(26ㆍKTF)가 최혜정(23ㆍ카스코), 이정연(28)과 공동8위(4언더파 284타)에 올랐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미현(30ㆍKTF)은 이날만 6오버파를 쳐 공동 20위(이븐파 288타)까지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