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냐, 부채냐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 사실상 자본으로 결론 났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회계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회계기준원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14~15일 양일간 해석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잠정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초 두산인프라코어 발행으로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인지, 부채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회계기준원 측 관계자는 "IASB 해석위원회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해석하기로 의견수렴이 이뤄졌다"며 "IASB는 60일간 각국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7월 열릴 해석위원회에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최종 해석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IASB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해석한 셈"이라며 "다만 각국 의견수렴 과정에서 다른 의견이 제시될지 여부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신종자본증권은 특정 시점 이후에 조기 상환하거나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자본과 부채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후 해석 여부를 두고 국내 금융투자업계 내 의견이 엇갈린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회계기준원은 지난해 한국국제회계기준(K-IFRS) 질의회신연석회의를 열고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에 회계기준원은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볼지, 부채로 볼지 여부에 대한 공식 질의서를 IASB 해석위원회에 보낸 바 있다.
이처럼 자본이냐, 부채냐 논란이 종지부를 찍으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다시 활기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등 그동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려던 기업들이 회계 부담으로 계획을 접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포스코의 경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 특히 신종자본증권이 만기가 없는데다 채권처럼 장부에 부채로 표기되지 않고 또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어 국내 IB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발행이 앞으로 봇물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IB 측 관계자는 "그동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발목을 잡은 것이 자본이냐, 부채냐의 논란"이라며 "앞으로 자본으로 결론 날 경우 포스코를 비롯한 신용등급 AAA급 대기업들이 국내 또는 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