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잘 팔리는 5개 수입차종의 부품가격이 독일·미국 등지보다 최대 2.5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2,000㏄ 수입 세단 가격은 국산의 평균 2.9배인데 부품값은 4.6~7배나 된다고 한다. 한국 소비자를 봉 취급하는 관행이 여전한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보다 4~6배까지 비쌌던 수입차 부품값이 이 정도 떨어진 것은 정부와 언론·소비자들이 수입차 업계의 전횡을 막기 위해 애써온 결과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격차가 합리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정비공임을 포함한 수리비가 턱없이 비싼 것도 여전하다. 시간당 공임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산출된 것의 2배 가까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전횡이 가능한 것은 수입차 메이커와 국내 법인이 공급을 틀어쥐고 있는데다 차량·부품 판매와 서비스를 맡은 국내 딜러사에 실적압박을 가해 가격 부풀리기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순정부품'만 판매하고 고객이 해외에서 생산된 순정부품을 공식 정비업소에 가져가도 수리를 거부하는 구조 또한 문제다. 정부는 이처럼 불공정한 관행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산·수입차를 막론하고 정비업소 유형별 부품판매 가격이 대부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메이커 측의 가격통제 가능성이 큰 만큼 불공정행위가 없는지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수입차와의 접촉사고로 턱없이 비싼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 국산차 이용자와 일반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순정부품에 치우친 유통구조와 소비자 인식개선도 시급하다. 선진국에서는 납품업체나 다른 부품업체가 별도 채널로 유통시키는 부품이 순정품의 60~70% 가격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체계가 조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업체별 부품의 소비자가격 공개제도도 내실화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8월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는데 찾기도 힘들고 영어로 부품명을 입력해야 하는 등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소비자친화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지키지 않는 업체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 이용자 모두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 취급을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