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 국내 연구 상황
"포스트 게놈은 양보못한다"
암등 유발 유전자규명 주력
'300대와 10대.'
인간 게놈 분석에 큰 공헌을 한 미국 셀레라사는 하루 35만쌍의 염기를 분석할 수 있는 전자동 염기서열분석기를 300대 갖고 있다.
이 분석기를 통해 쏟아지는 대량의 염기서열정보는 병렬연결된 고성능컴퓨터1,200대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나 연구소가 갖고 있는 전자동 염기서열분석기는 23대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인간 게놈(유전정보)지도 완성본을 내놓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게놈연구는 마라톤 출발선을 방금 떠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나 기업의 연구개발투자, 전문인력 등 어느 하나도 선진국과 비교할 처지가 못된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 99년 생명공학 연구에 투자한 돈은 각 20조원, 3조원이지만 우리 정부는 내년 3,2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 완성으로 자칫 더욱 확대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나 늦게나마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정부와 연구소, 생명공학 관련 업체들의 움직이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본 방향은 민족적 차이 때문에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운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틈새시장 전략.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생명공학연구원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는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과 바이오 벤처기업인 마크로젠의 한국인 유전자지도 프로젝트.
인간유전체연구사업은 지난 99년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하나로 사업단이 꾸려지면서 시작됐다.
목표는 2003년 6월까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ㆍ간암의 원인유전자 및 단백질 규명하는 것. 1차 과제가 달성되면 암의 조기진단 및 치료법ㆍ의약품을 개발하고, 확보된 기반기술을 이용해 다른 암이나 심장병 등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툴젠 등 벤처기업과 각 대학ㆍ병원ㆍ연구소 등 40여개 팀이 ▦암 관련 유전자ㆍ단백질의 초고속 발굴기술 개발과 기능 연구 ▦한국인에 특이한 단일염기변이(SNP) 발굴 등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크로젠은 한국인의 유전자지도 초안을 오는 6월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민족ㆍ인종마다 게놈이 달라 각종 질환, 맞춤의약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
서정선 대표는 "한국인의 유전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정보와 연계한다면 외국제약사가 그 데이터를 사가지 않을 수 없다"며 "15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바이오시장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생물정보학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올해 3,238억원을 투입, 게놈연구 인프라를 지원할 계획이다. 인간과 동ㆍ식물 등의 유전체 및 생물정보학 연구정보ㆍ인력을 통합관리할 국가유전체센터도 설립키로 했다.
한편 글로벌 마켓을 겨냥하거나 취약한 기반기술ㆍ인력ㆍ정보력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법인을 설립하거나 외국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팬제노믹스는 미국에 또 하나의 자회사(대표 김웅진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와 생물정보학을 전담할 손자회사 '제놉스'를 설립했다.
올해 안에 간경화증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바이오리더스는 상반기 중 일본 현지법인 바이오리더스재팬을 설립하고, 오사카대 연구진과 간질병 치료약물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