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석유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통해 두둑한 가욋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석유공사가 비축유 저장시설 중 여유 있는 공간을 이용, 산유국들의 물량을 유치ㆍ저장하는 것이다.
18일 석유공사는 지난 9월 말 현재 7개 외국계 기업들이 2,760만배럴의 원유와 제품을 우리나라 석유비축기지에 유치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석유 사용량의 22일분에 해당된다.
국제공동비축은 비축 수준의 증대효과는 물론 저장관리에 따른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국제공동비축을 통해 우리나라가 거둔 수익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총 1,104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 같은 수익은 매년 증가해 2003년 76억원에서 2005년 138억원, 지난해 264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9월 말까지 321억원에 달했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실질적인 원유도입 다변화 전략의 대안이 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동 핵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도 우리나라 시설을 이용할 정도로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앞으로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울산에 지하 비축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오는 12월에는 여수 비축기지가 완공되는 등 비축시설이 증대되는 것을 감안, 2010년까지 4,000만배럴 규모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7개 업체가 국내 석유비축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를 13~15개 업체로 늘려 한국을 동북아시아 석유 물류의 중심지로 부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공동비축 사업은 일본도 관심이 많다”며 “동북아 지역은 석유소비국이 밀집해 전세계 수요의 18%를 차지하고 있고 중앙아시아ㆍ동시베리아가 새로운 석유공급원으로 떠오르면서 비축의 기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비축량은 9월 말 기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 수준인 90일분을 초과한 124일치인 1억6,800만배럴(민간 비축유 포함)에 이른다. 석유공사의 비축규모는 1억2,120만배럴(9월 말 기준)로 IEA 기준으로 59일 소비량이지만 2009년까지 2,300만배럴가량을 더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제3차 비축계획을 추진, 2009년까지 여수 추가기지(지하공동ㆍ1,650만배럴), 평택 추가기지(지상탱크 180만배럴), 울산 추가기지(지하공동ㆍ650만배럴) 등을 건설하고 있다.
선호태 석유공사 울산지사장은 “비축확대는 정부 예산, 자체 트레이딩, 국제공동비축 사업 등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