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필수공익사업장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던 ‘직권중재제도’가 올들어서는 한건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직권중재제도가 조만간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도 직권중재제도 폐지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고위당국자는 14일 “현행 직권중재제도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쟁의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요소가 있다는 지적과 공익사업장의 사용자측이 교섭을 피하는 핵심제도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에 따라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신홍 중앙노동위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노사관계법 제도 선진화방안에서 제시한데로 몇가지 보완장치가 충족된다면 폐지되야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그는 폐지 후 보완장치의 예로 ▦파업시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 유지의무 부여 ▦대체근로자 투입 가능 ▦최소업무의 내용을 법령에서 열거할 것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최근 일련의 노사사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노위는 이날 LG칼텍스정유의 파업사태에서도 ‘조건부 직권중재 회부 유보’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의 이날 결정에 따라 LG 칼텍스는 필수 기본 근무자는 파업에 참가할 수 없으며 18일까지 집중교섭을 할 여유를 갖게 됐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중노위결정으로 LG 정유파업은 한풀 꺽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달 병원노조파업에서도 직권중재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정부가 직권중재제도 폐지를 추진하는 또다른 원인은 직권중재 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노위에 따르면 직권중재건수는 노동법이 개정됐던 97년 이후 98년 16건, 99년 13건, 2000년 37건을 기록했으나 참여정부 출범후에는 지난해 1건, 올해는 발동건수가 전무한 상태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직권중재가 적용되는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를 항공과 시내버스, 혈액관리, 폐수처리사업까지 오히려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직권중재제대가 적용되는 필수공익 사업장은 지하철과 철도, 수도ㆍ전기ㆍ가스ㆍ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병원, 한국은행, 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