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및 LCD 장비 부품업체인 엔트로피의 김문환(42ㆍ사진) 사장은 “멍석을 깔면 장사가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가 어떤 사업에 뛰어들때는 일단 ‘내지르고’ 본다. 한마디로 ‘불도저식’ 사업 스타일이다. 이런 추진력은 김 사장만의 ‘시장을 보는 눈’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 사장은 현대전자(5년)에서 반도체 공정(Process)엔지니어, 일본계 기업인 동경일렉트론(5년)에서 마케팅 쪽 일을 맡은 경력이 있다. 그만큼 시장 유저(User)들이 원하는 부품과 성능에 대한 소위 ‘감’이 있다. 김 사장은 “영업과 기술 파트를 거쳤기 때문에 사업 결정이 남들보다 신속하다”며 “투자는 과감하고 낙관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말 반도체기기 무역업체였던 엔트로피를 인수해 제조업으로 방향을 튼 것도, LCD 장비에 쓰이는 상하부 전극 등 소모성 부품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것도 김 사장의 남다른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주력 제품으로 3년간의 연구 끝에 올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LCD용 장비 부품 정전척(ESC)에도 남다른 사연이 녹아있다. ESC 개발에 들어가던 2003년은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다. 당시 9개월여의 연구 끝에 국산화에 성공한 상하부 전극 등 소모성 부품이 팔리면서 매출 65억원에 영업이익 17억원을 올렸지만, 설비투자ㆍ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ESC를 개발하는 데 쓰일 여윳돈은 없었다. 하지만 LCD용 5세대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인 ESC가 돈이 될 아이템이란 직감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무작정 고가(2억원)였던 ESC를 국내 에이전트를 통해 미국에서 들여왔다. 돈을 요구하던 에이젼트에게 돈 대신 회사 지분을 받아가라고 설득했다. 김 사장은 “지금은 편안히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에이전트들이 나더러 ‘깡패’라고 했을 정도였다”며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 ESC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5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 이상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도 가파른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매출이 2004년 115억원, 2005년 17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50억원으로 연평균 50%내외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의 가공ㆍ표면처리ㆍ코팅 등을 따로 따로 처리하는 타 업체와 달리 일괄처리할 수 있고, 주력 부품들이 교체수요가 발생하는 아이템이라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한다. 김 사장은 이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더 주력할 생각이다. 현재 대만을 비롯해 싱가포르ㆍ중국 등 해외 쪽 매출은 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 하지만 2여년간 공을 들인 대만법인이 올 12월부터 시생산에 들어가 성장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만의 따이쭝항 공업지구에 1,800평 규모의 공장이 완성되는 과정에서도 김 사장의 예의 ‘화끈’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김 사장이 고민 끝에 공장 부지로 따이쭝을 택했지만, 지역 관료들이 공장 설립허가까지 3개월은 걸린다며 몽니를 부린 것. 이에 김사장은 “내일 당장 땅을 못파면 여기다 공장 안 짓는다”고 엄포를 났다. 결국 그날 바로 공장 승인이 떨어졌고, 이튿날부터 ‘삽질’을 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공장 설립 등 사업을 하기로 결정이 됐으면 빨리 셋업(Set-up)시켜야 비용이 준다”며 “적극적으로 일에 덤비면 장애물은 자연스레 걷히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하부전극ㆍ디퓨저 등 소모성부품이 부피가 워낙 큰 관계로 물류 문제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물량 주기를 꺼린다”며 “하지만 대만에서 현지화가 되는 만큼 향후 2년 내 100억원 이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