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개혁'고삐'

美, 월가 보수 제한·파생상품 규제 강화 나서
日도 고액연봉 공개 의무화


글로벌 위기 이후 추진된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위기를 불러온 월가를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금융권 규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규제 사각지대였던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미 증권예탁결제원(DTCC)이 비공개 원칙에서 한발 물러나 각국 규제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투자자 신상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그 동안 DTCC의 비 협조로 파생 상품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고 불평해왔다. 신용부도스와프(CDS) 같은 파생상품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에서도 불투명한 파생상품 거래가 한 몫 거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에 가입하면서 골드만삭스와 통화스와프를 통해 재정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될 정도였다. 월가의 과도한 보수도 손질되고 있다. 미 백악관 급여담당 특별책임자(급여 차르)인 케네스 파인버그는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등 정부 지원 5개 기업의 고위경영진 보수를 올해 5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체 임원의 급여 삭감폭은 지난해 대비 33%에 이른다. 파인버그는 또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뒤 상환한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419개 금융기관의 임금 지급에 대해서도 감시에 들어갔다. 파인버그는 이들 회사에 공문을 보내 급여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며,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기간에 책정한 보수가 적정했는지를 검토, 회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본도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고액을 받는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연봉 1억엔(약 13억원) 이상의 상장사 임원에 대해 보수액 공개를 의무화하는 한편 보유 주식의 내용과 의결권 행사 유무도 유가증권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청은 이달 31일까지 내각부령을 개정해 3월 결산기업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6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임원 보수 공개에 대해 게이단렌(經團連) 등을 포함한 일본 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금융청은 기업 경영의 투명화와 주주 이익을 위해 공개를 강행하기로 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은행들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가증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채권 할인비율인 헤어컷(Hair cut) 비율을 높이거나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의 자본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월가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각 국에서 금융권 개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개혁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9~22일 동안 설문조사기관에 의뢰해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들의 57%가 월가에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에 대해서는 54%가 부정적으로 보았으며 보험사는 부정적인 의견이 60%에 달했다. 긍정적인 시각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금융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9%가 넘는 등 미국인들의 삶이 고단해 졌는데도, 위기의 주범인 월가가 터무니 없는 보수를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댈러스에 거주하는 라우어 신클레어는 "월가가 받는 보수는 분명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