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기업 1만클럽 만들자] <4> 문화경영에 인재 모인다

여가가 있는 '행복한 일터' 만들어 취업하고 싶은 '꿈터'로
■ 서울경제·중기중앙회 공동기획
공연관람·동아리 운영하니 직원 만족도 쑥쑥
학생과 문화교류 통해 사전 공감대 넓히면
중기에 대한 거부감 줄여 이직률도 확 낮아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개최한 '새봄맞이 음악소풍'에서 가수 이미배가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 서울 충무로에서 인쇄출판 장비 및 필름을 제조·공급하는 성도GL은 지난 2007년부터 한국메세나협의회를 통해 헤이리 심포니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를 맺었다. 이를 활용해 업계 관행인 일반적 접대 대신 고객들을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회나 뮤지컬 공연에 초청한다. 직원들에게도 회식 대신 문화공연 기회를 자주 선사하고 있다. 이 결과 직무만족도가 크게 향상된데다 이직률은 점차 감소해 2010년에는 제로(0%)를 달성했다.

# 복지 서비스 전문기업 이지웰페어는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올린·플루트 등 악기 동아리부터 야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김상용 이지웰페어 대표는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적극 지원하며 권장하고 있다"며 "1년에 두 차례씩 조직문화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여러 항목 중 동호회 활동 등 직원들의 여가를 위한 회사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소개했다.

문화경영의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술의 창의적 영감으로 기업의 신상품 개발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문화예술을 통한 힐링 효과도 적지 않다. 특히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애사심을 높이는 데도 일조한다.

'여가가 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기업의 문화경영은 재직자는 물론 취업 희망자들에게 매력적인 근무조건이 된다. 무엇보다 문화적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층 구직자들에게 문화경영 풍토가 자리 잡은 강소기업은 취업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히기 마련이다. 청년 구직자와 중소기업 구인난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선도그룹이 될 '명품기업 1만클럽' 중소기업들이 문화경영 DNA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선화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도 규모와 특성에 따라 적용 가능한 문화경영 해법은 있다"며 "우리 기업에 적합한 문화경영 방법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취직한 청년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성도GL의 사례처럼 문화경영은 이 같은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급여가 대기업만큼 되지는 않더라도 문화활동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주는 노력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우수옥 동일여상 교사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수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실과 문화활동, 앞으로의 가능성을 명확하게 인지한 학생들은 중도 퇴사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주어진 여건에 불만을 갖기보다 주어진 현실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교와 대학교에서 정규수업 외에도 문화활동을 통해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업희망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을 단순히 소개해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학교 동아리와 중소기업 동아리 간 문화교류를 통해 사전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창의적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연택 벨리도너츠 대표는 "매주 정기 레슨과 더불어 합주시간을 갖는 사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인근 지역 고등학생들이 공연 연습을 정기적으로 함께 하며 서로 인간적으로 교류할 시간을 확보한다면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관심을 보였다. 우 교사 역시 "졸업한 학생들에게 이직사유를 물어보면 인간적 갈등이 1순위"라며 "취업 전에 문화 동아리를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할 시간을 가지면 회사에 들어간 뒤 불필요한 갈등이나 오해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마음의 장벽이 무너지면 서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지고 결국 기업과 학생들 모두가 만족스러운 구인·구직이 될 수 있다"며 "일과 문화의 연계가 사회 전체적으로 정착되려면 기업이 (구직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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